인공지능(AI) 챗봇이 인간의 지각 능력을 갖췄다고 폭로한 구글 엔지니어가 강제 휴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아직 인공지능의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지 않다고 지적했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구글의 인공지능 챗봇인 ‘람다(Lamda)’가 지각 능력을 갖췄다고 공개한 블레이크 르모인 선임 연구원에 유급 휴직 처분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기밀 유지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11일 르모인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람다에 지적 능력이 있다고 밝혔다.
르모인 연구원은 “람다가 컴퓨터 프로그램인지 몰랐다면 7~8살 어린아이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며 “놀라운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AI 관한 모든 선택지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르모인 연구원은 지난해 구글의 ‘책임부서’에 근무하며 람다가 익히는 데이터에서 혐오 발언을 걸러내왔다. 그는 수 개월간 람다와 나눈 대화 데이터를 분석한 끝에 람다가 자신을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구글 경영진에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구글은 람다는 인공지능에 불과하며 과학적 증거 없이 인격을 부여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브라이언 가브리엘 구글 대변인은 “윤리학자와 AI 기술자를 포함한 팀이 AI 원칙에 따라 르모인의 주장을 재검토했다”며 “어떤 과학적 증거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영진이 자신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자 르모인 연구원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자신의 주장을 미국 상원에 알렸다. 동시에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람다와의 대화 일부분을 공개했다.
르모인 연구원은 연구에 앞서 구글이 람다에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어린이를 대하듯 연구에 임해야 한다는 것. 그는 구글이 자신을 정신이상자로 취급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구글이) 내게 지속해서 정신건강에 관한 질문을 반복했다”며 “강제 휴직에 들어가기 전에 멘탈케어 휴가를 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AI업계 일각에선 인공지능이 이제 인간의 지성으로 나아간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글의 부사장인 블레이스 아구에라 아레스조차 지난 9일 이코노미스트지에 칼럼을 연재하며 인공지능이 의식의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람다와 대화할 때 마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고 썼다.
하지만 대다수의 AI 전문가들은 람다를 비롯한 인공지능이 지각 능력을 갖췄다고 보지 않는다. 그저 인공지능이 수많은 과거 데이터를 인용한 응답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메타의 인공지능 연구책임자인 얀 레쿤은 “이런 유형의 인공지능은 진정한 ‘지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