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어머니 따라 성씨 바꿨다면 어머니 쪽 종친회 소속"

입력 2022-06-13 14:07
수정 2022-06-13 14:11


출생신고 후 법적 절차를 통해 어머니의 성씨와 본관을 따르게 된 사람은 어머니 쪽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는 대법원의 명시적인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A씨가 한 종친회를 상대로 낸 종원(宗員) 지위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1988년 아버지의 성씨와 본관에 따라 출생신고됐고, 성년이 된 뒤인 지난 2013년 가정법원에 성·본 변경허가신청을 해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성씨를 바꿨다.

이후 A씨가 어머니 쪽 종중에 종원 자격을 부여해달라는 요청을 하자 종중은 이를 거부했다.

종중 정관에는 '친생관계가 있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녀'가 회원이 될 수 있다고 정해뒀다. 그러나 종중 측은 "부계혈족의 후손이 성별 구별 없이 구성원이 되는 것"이라는 자체 해석을 내세웠다. A씨는 모계혈족이므로 종원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과 2심은 A씨의 손을 들었다. 1·2심 재판부는 종중 측의 주장과 달리 정관이 회원의 자격을 부계혈족으로만 제한하고 있지는 않고, 민법이 부성(父姓)주의를 원칙으로 규정해 자연스럽게 종중이 남계혈통주의 아래 유지돼온 것은 맞지만 그것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에서 배척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종중 측은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했던 관습법을 부정한 2005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상기시킨 뒤 "공동 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종중이 자연발생적 종족집단이기는 하나 종래 관습법에서도 입양된 양자가 양부가 속한 종중의 종원이 되는 등 종중 구성원의 변동이 허용됐다"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돼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됐다고 해도 이를 가지고 종원 자격이 인위적으로 변동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차별하지 않고 친족의 범위를 정한 1990년 개정 민법과 호주제도를 폐지하면서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본 변경을 바꿀 수 있게 한 2005년 개정 민법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 경우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봐야 한다"며 "출생 후 자녀의 복리를 위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변경한 경우에도 달리 볼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