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경제 전반에 심각한 충격을 주자 미래가 불안해진 중국인들이 소비를 억제하고 ‘예방성 저축’을 늘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내수경기 바로미터인 굴착기 판매는 13개월 연속 줄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경제권에서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통제도 강화되고 있다.
경제매체 차이신은 12일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통계를 분석해 올 1~5월 중국의 가계저축 증가액이 7조8561억위안(약 1493조원)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6% 증가한 액수다.
중국의 가계저축은 춘제(설) 연휴가 있던 2월과 상하이 봉쇄로 중국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은 4월에는 줄어들었으나 다른 달에는 큰 폭으로 늘어났다. 5월 가계저축 증가액은 7393억위안으로 작년 같은달(1072억위안)보다 일곱 배가량 급증했다. 5월 말 기준 중국의 위안화 저축액은 246조위안(약 4경6780조원)으로 1년 전보다 10.5% 늘어났다.
저축은 늘어나는 반면 소비는 위축되고 있다. 오는 15일 발표 예정인 5월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의 시장 예상치는 -7.3%로 석 달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됐다. 4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11.1%로 2020년 우한사태 초기 이후 최악이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간 이동이 통제되면서 상반기 최대 연휴인 5월 노동절 연휴의 여행 분야 수입은 작년보다 43% 감소했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저축 성향 강화는 중국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중정성 핑안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와 고용 불안정성이 커짐에 따라 국민의 예방성 저축이 늘어나고 이는 소비 의욕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봉쇄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것은 저소득 노동자와 자영업자지만, 사회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중산층과 부유층의 소비도 위축된다는 설명이다.
중국공정기계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굴착기 판매량은 2만624대로 전년 동월 대비 24.2% 줄었다. 작년 4월부터 13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1~5월 누적 판매량은 12만2333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9.1% 감소했다. 5월 수출은 8445대로 63.9% 늘었으나 내수는 1만2179대로 44.8% 급감했다.
펑파이신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프라 투자가 지연되고 당국의 엄격한 규제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굴착기 판매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 4월까지 중국 부동산 판매액은 3조7800억위안으로 29.5% 감소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중국이 이달부터 추진하는 경기 부양도 난항을 겪게 됐다. 베이징의 11일 신규 확진자는 65명으로 10일(61명)에 이어 이틀 연속 60명대를 기록했다.
전체 16개 구 가운데 14개 구에서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이들은 모두 차오양구의 한 클럽과 연관됐다. 베이징시는 이번 집단감염과 관련해 밀접 접촉자 6158명과 2차 접촉자 901명을 찾아 격리 조치했다. 13일부터 재개할 예정이던 초·중·고교생의 등교를 전면 연기했고 식당 등에는 입장 인원을 50% 아래로 유지하는 등 방역 정책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지시했다.
상하이의 전날 신규 확진자도 29명으로 봉쇄 해제 전인 지난달 30일(22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하이시는 16개 구 가운데 13개 구에서 11~12일 전수검사를 했으며, 이 중 민항구 창닝구 훙커우구는 이 기간 주민 이동을 전면 통제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