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장·호텔 스위트룸처럼…OTT는 못 따라올 '영화관의 변신'

입력 2022-06-12 17:10
수정 2022-06-20 15:19

광활한 창공을 가로지르는 기분이 짜릿하다. 지난 10일 CGV영등포에서 영화 ‘탑건: 매버릭’ 프리뷰 영상을 보며 직접 하늘 위에서 전투기를 몰고 있는 듯한 생생함을 느꼈다. 마치 영화 속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톰 크루즈)이 된 기분이었다고 해야 할까. 이 상영관은 CGV가 새로 연 ‘스크린X PLF(Premium Large Format)’다.

팬데믹 확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으로 침체된 극장들이 프리미엄 공간으로 탈바꿈한 대표적 사례다. 프리미엄 극장의 전략적 키워드는 ‘OTT가 절대 흉내 내지 못하는 수준의 고급화’다. 오페라 극장에 온 듯한 ‘프라이빗 박스’상영관엔 좌우 벽면까지 총 3면이 스크린으로 펼쳐져 있고, 10개 프로젝터가 마련됐다. 좌우 윙스크린을 포함한 전체 스크린 크기는 폭 69m, 높이 13.6m. 프리미엄 극장의 핵심은 ‘집과는 다른 영화적 체험’이다. 집에서 OTT로 봤을 땐 느낄 수 없는 시각과 청각의 자극을 구현하는 것.

스크린X PLF는 이 전략에 철저히 맞춘 공간이다. 이전에도 다면 스크린이 있었지만 화면의 재질이 패브릭이어서 선명도가 떨어졌다. 스크린X PLF는 실버 스크린으로 더 또렷한 화면을 구현했다.

‘공연 특화 시스템’도 갖췄다. 공연 영상을 틀면 실제 공연장에서의 조명과 안개, 레이저가 스크린 밑에서 뿜어져 나온다. 아이돌 세븐틴의 온라인 공연 영상을 틀자 영상의 조명이 바뀔 때마다 극장의 조명도 똑같이 바뀌고, 객석을 향해 레이저도 쏟아져 나왔다.

호텔급 서비스도 고급화 전략의 하나다. 이 상영관의 일반석 뒤쪽엔 프라이빗 박스가 있다. 스크린X PLF는 일반석 440석과 프라이빗 박스 9개(22석)로 구성돼 있다. 프라이빗 박스는 2인용 7개, 4인용 4개다. 프라이빗 박스를 이용하는 관객에겐 6층에서 입장할 때부터 호텔에 들어가듯 카드 키를 준다.

리클라이닝 소파, 샹들리에 조명, 개별 사운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마치 오페라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느낌이 든다. 가격은 주말 성인 기준으로 일반석은 1만9000~2만원, 프라이빗 박스는 5만원이다. 잔디 깔고, 전담 룸서비스까지극장들은 이전에도 CGV의 골드클래스, 롯데시네마의 샤롯데 등 특별관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일반 상영관에 비해 이용 비중이 높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많은 사람과 함께하기보다 소수가 이용하는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조진호 CGV 콘텐츠기획담당은 “팬데믹을 겪으며 물리적·심리적 독립된 공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증가하자 극장은 다양한 특성의 특별관을 만들고 있다. CGV는 호텔 스위트룸처럼 쾌적한 독립 공간을 갖춘 ‘스위트 시네마’, LED 스크린을 도입해 거실처럼 밝고 쾌적하게 꾸민 ‘씨네&리빙룸’, ‘도심 속 자연’을 표방하며 실내 잔디가 깔린 ‘씨네&포레’ 등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 1월 월드타워점 ‘시네패밀리’를 6년 만에 리뉴얼해 개관했다. 스타일러와 공기청정기 등이 포함된 ‘LG 오브제 컬렉션’과 미니 냉장고까지 갖췄다.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VIP 전용 상영관 ‘더 부티크 프라이빗’도 인기가 높다. 총 8석의 상영관을 통째로 빌리는 방식이다.

극장의 고급화 전략은 특히 젊은 세대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별관을 가장 많이 찾는 관객은 20~30대다. CGV의 특별관을 찾는 관객의 34.0%가 30대다. 그다음이 20대(18.1%), 40대(18.0%) 순으로 나타났다. 30대의 일반관 비중은 24%로 특별관 비중이 훨씬 높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