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처럼 고층빌딩이 많은 곳에서 댄포스의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위르겐 피셰르 댄포스 기후솔루션 부문 사장(사진)은 지난 9일 덴마크 쇠네르보르 댄포스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마트, 업무용 빌딩, 호텔 등 곳곳에서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막고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댄포스는 클라우젠 가문이 3대째 경영권을 이어가고 있는 가족경영 기업이다.
댄포스는 EP100(사업장에서 에너지 효율을 30% 이상 개선), RE100(사업장 내 에너지를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EV100(사업장 내에서 전기차만 운행) 등 세 가지 친환경 운동에 모두 참여한 최초의 에너지 기업이다. 세계 21개국에 100개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10조원에 달한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도 댄포스의 ‘HVAC(난방·환기·공기조절) 솔루션’이 적용돼 있다. 이를 통해 롯데월드타워는 매년 약 5000㎿의 전력 소모를 줄이고 있다.
피셰르 사장은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40%가 빌딩에서 발생한다”며 “효율적인 열펌프만 설치해도 빌딩은 ‘에너지 먹는 하마’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댄포스는 화석연료 보일러 대신 온수를 이용한 난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때 밸런싱 밸브를 활용해 빌딩 각 부분에 필요한 양만큼의 물만 순환될 수 있게 한다. 댄포스의 열펌프가 설치된 쇠네르보르의 다가구주택 린드 하벤은 연 81㎿h(메가와트시)의 에너지를 절약 중이다. 그는 “열효율 분야에도 ‘규모의 경제’를 적용하면 한 가구보다는 다가구주택에, 저층빌딩보다는 고층빌딩에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을 채택할수록 탄소배출은 배로 줄어든다”며 “열펌프 시장은 5년 내 5~6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피셰르 사장은 최근 기업들이 공장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새로운 공장과 생산설비를 짓기 전에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압축기 하나를 제조할 때도 40단계를 거쳐야 한다”며 “공장을 디자인할 때 어떤 단계에서 어떤 방법으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줄일 것인지, 냉·난방은 어떻게 하고 환기는 어떻게 할지만 고민해도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쇠네르보르(덴마크)=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