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유류세, 바닥까지 내리라는 목소리

입력 2022-06-13 07:40
-교통에너지환경세 최대 인하에 교육세까지 논의해야

법이 규정한 휘발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액은 ℓ당 470원, 경유는 340원이다. 그리고 13일 현재 판매되는 기름에는 휘발유 340원, 경유는 263원의 ℓ당 세액이 부과되는 중이다. 치솟는 고유가에 따라 세액을 20% 가량 인하한 덕분이다. 그런데 이 금액은 법적으로 최대 30% 가량을 내릴 수 있다. 그래서 아직 10%의 인하 여력은 남은 셈이다. 금액으로 보면 휘발유 1ℓ당 58원 정도이고 경유는 40원에 불과하지만 국제 유가 고공 행진이 멈추지 않자 이것마저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정부 내에선 반대 의견이 만만치 않다. 고유가에 따른 인하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오히려 재정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그러자 이번에는 유류에 포함된 교육세의 필요성을 지목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휘발유 1ℓ에 포함된 교육세는 55원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370원)의 15% 비중이다. 국세청 교육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에서 걷힌 교육세는 모두 9조446억원이며 이 가운데 2조401억원이 교통에너지환경세로부터 징수됐다. 이외 지방교육세도 연간 1조7,800억원 가량이 조성되고 내국세의 무려 20%가 교육 예산이다. 한 마디로 교육 재정 자체가 넉넉한(?) 만큼 기름에 포함된 교육세는 이제 사라져도 문제가 없다는 논리다. 게다가 학령 인구도 1996년 기름에 교육세가 처음 부과됐을 때와 비교해 크게 줄어든 점은 유류 교육세의 삭제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논쟁은 정부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재부는 삭감을 시도하며 학령 인구 감소를 이유로 꼽는다. 그에 따라 재정의 재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예산 삭감을 받아야 하는 교육부는 어렵다고 맞선다. 학생은 줄어도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학교와 교원은 늘었다는 게 이유다. 신도시 등의 건설로 새로운 학교는 계속 지어야 하는 데다 학생이 줄어든 도심 내 학교라도 쉽게 없애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초중고에 집중된 예산의 일부는 대학 등의 고등교육 강화에 투입해야 한다는 설명도 내놓는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기름에 포함된 교육세를 없애 국민 전체와 산업계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것과 설령 예산이 남더라도 '백년대계'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견해로 극명하게 나뉜다. 게다가 세금은 한번 없앨 경우 다시 부활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교육세 유지에 힘을 보태는 항목이다. 하지만 재정이 남아 노트북을 학생들에게 지급하거나 심지어 연간 240만원의 교육 기본소득이 언급되면서 선심성 지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교육세를 배제하고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추가 인하를 단행하면 ℓ당 100원 이상의 절감 효과를 얻어 고유가 역경을 조금이라도 견뎌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흔히 '교육'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대부분의 국민은 해당 예산이 어디에 쓰이든 암묵적인 동의를 보내는 게 대부분이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한국 내 교육열이 만들어 낸 풍경이다. 그런데 어느덧 어렵던 시절 '백년지대계'를 위해 하나둘 만들어냈던 교육세 부과 대상이 늘고 소득 또한 3만 달러를 넘기면서 교육 재원이 너무 많다는 고민에 도달했다. 다시 말해 유류에 포함된 교육세가 최소한의 목적세 기능은 충분했다는 사실이 가져온 논란이다. 기름에 포함된 교육세는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