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총파업 닷새째인 11일 오후 조합원 참여율이 30%로 조사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화물연대 전체 조합원(2만2000여명 추정)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6600여명이 전국 14개 지역에서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간 기준 7560여명(34%)에 비해 1000명이 줄어든 수치다. 이날 오전에 7350여명에 비해도 낮아졌다.
전국 12개 항만의 장치율(항만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 비율)은 오후 5시 기준 71.7%다. 부산항, 울산항 등 일부 항만에서 국지적으로 운송방해행위가 있어 평시보다 반출입량은 감소했다.
국토부는 전날에 이어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실무진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오후 5시에는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이 주재하는 관계기관 점검회의가 열렸다.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을 통해 '안전운임제'의 일몰제 폐지 및 전차종·전품목 확대와 유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기사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2020∼2022년 3년간만 일몰제로 시행되는 제도여서 올해 말 폐지될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화물차 교통사고와 과적·과속이 줄고, 화물차주의 수입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며 제도의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안전운임제의 일몰 조항 폐지와 함께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만 적용되는 이 제도를 모든 차종과 모든 품목을 대상으로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정부는 운송사업자와 화주 등 다른 이해당사자의 의견도 수렴해야 하기 때문에 제도 개선에 대한 확답을 주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 소속 화주협의회는 전날 입장 자료를 내고 "최근 물류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안전운임제가 수출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예정대로 연말에 안전운임제는 종료하고 비강제적인 운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며 화물연대와는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정부는 안전운임제가 2018년 국회가 화물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도입된 제도인 만큼 국회가 추가 입법 논의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다만 국토부는 물류운송 관련 주무 부처로서 정부 차원에서 화물연대가 제기하는 사안에 대한 가능한 조치를 검토하고 갈등이 조정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주말에도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에 전국 곳곳에서 물류 운송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이날 오전 8시50분께 부산신항에서 지나가던 차량에 생수병을 던지고 운송방해 행위를 하던 조합원 6명이 공무집행방해로 검거됐다.
울산에서는 소속 조합원 54%가 이날도 파업에 참가해 현대자동차, 석유화학단지, 울산신항 등 투쟁 거점 지역에서 물류 이동을 막고 있다. 파업 참여 노조원 가운데 1000여명이 현대자동차에 배치돼 조합원 남품 차량의 진입을 막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철강 제품 등 현재 6만 톤의 물류가 내부에 적체돼 반출되지 못하고 있다. 광양·여수경찰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인력 400여명을 현장에 배치했다. 현재까지 충돌로 인한 사건 접수는 되지 않은 상태다. 파업에 참여한 화물연대 전남 본부 광양·여수 지역 등 노조원 1500여명은 지난 7일 출정식을 갖고 총파업에 들어갔다.
주말을 맞아 물동량이 적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집회 참석 조합원들이 전날에 비해 줄어들며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우려했던 물리적 충돌도 이날은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