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자동차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전기차 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 최대 자동차 업체 길리자동차의 르노코리아 지분 인수 관련 경영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그럴 일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드블레즈 CEO는 지난 10일 경기 용인시 르노테크놀로지코리아에서 진행한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관 기자간담회에서 "2026년 한국 자동차 시장의 전기차 비중은 약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는 80%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인 만큼 시기적으론 이르지도, 늦지도 않았다. 오히려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르노코리아는 2024~2027년 길리자동차와 공동개발한 친환경 신차 3종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2024~2025년 1종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시작으로 2026~2027년 전기차 신차를 내놓겠단 계획이다. 나머지 1종에 대해선 시기와 차종 모두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르노코리아는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국내 전기차 판매 성적이 아직까진 저조한 데다 배터리 등 비용 측면의 부담도 커서다. 현대차·기아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조급하지 않은 이유다. 오히려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차 라인업의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드블레즈 CEO는 "전기차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도 최근 하이브리드차로 돌아오는 추세"라며 "전기차 전환기 하이브리드차는 좋은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르노코리아는 올 하반기 XM3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드블레즈 CEO는 최근 길리가 지분 34%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것 관련, 길리가 르노코리아의 경영에 관여할 것이란 일각의 주장에 대해 "길리자동차는 르노그룹, 삼성카드와 함께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회(BOD)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경영은 CEO인 저를 비롯한 르노의 경영진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EC) 구성원만 참여한다. 삼성카드와 길리자동차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카드의 남은 지분(13.1%) 매각 경과에 대해선 "삼성카드와의 관계는 우호적"이라고만 언급하며 말을 아꼈다.
국내서 신뢰도가 낮은 중국 업체인 길리를 협력 대상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비용 문제보단 '차 크기' 때문이 크다"고 설명했다. 르노 브랜드가 주력하는 소형차 중심의 라인업과 플랫폼으로 대형차 수요가 높은 한국 시장에 대응하기 한계가 있어 외부의 힘을 빌리기로 한 것이다. 특히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차, 전기차까지 모두 적용 가능한 길리그룹 산하 볼보의 CMA 플랫폼이 활용도가 높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드블레즈 CEO는 "CMA 플랫폼 신차는 한국을 비롯해 큰 차 수요가 있는 글로벌 시장까지 커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드블레즈 CEO 취임 100일을 맞아 르노코리아의 경영 전략 진행 상황과 방향성을 듣는 자리였다. 엔지니어 출신인 드블레즈 CEO는 브라질, 중국,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와 C(준중형)·D(중형) 세그먼트 차량 개발 경험을 쌓은 이 분야 전문가다. 앞서 드블레즈의 르노코리아 CEO 선임을 두고 친환경차 개발 프로젝트를 가속화하기 위한 포석이란 얘기가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드블레즈 CEO는 부산공장 생산 목표치로 수출 물량 포함 연간 25만~30만대(2교대 기준)를 제시했다. 내수만 따지면 "한국 자동차 시장(150만대)의 10%인 1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공장은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량은 12만8000여대 수준이었다.
드블레즈 CEO는 "현재 집중해야 하는 건 한국 시장을 위한 차를 디자인해 내수를 끌어올리고 수출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라며 "이달 예정된 루카 디 메오 르노그룹 CEO와 미팅 때 제안서 하나를 제출할 것이다. 이 제안서가 수락되면 (계획보다 빠르게) 르노코리아의 전기차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경기)=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