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개월 만의 경상 적자,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입력 2022-06-10 17:23
수정 2022-06-11 00:27
지난 4월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어제 나온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통계를 보면 최근의 우려 그대로 수입액이 급증한 탓이 크다. 우리 경제의 규모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어온 수출을 감안할 때 한 달에 8000만달러의 적자 폭이 심각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더구나 4월에는 해외 배당(38억달러)이라는 ‘계절적 요인’도 컸다.

그렇다고 해도 경상수지 적자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2년 만의 적자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기 어려운 요인이 안팎에 걸쳐 너무 많다. 무엇보다 에너지·식량 국제 가격이 동반 급등하는 ‘쌍발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세계은행이 ‘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재연을 경고할 정도로 50년 만의 고물가에 세계가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 경고·공포가 가격 상승을 계속 부추기는, 전형적 악순환이 국내외에서 동시에 빚어지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이상으로 인한 공급 요인의 고물가가 무역수지 적자를 재촉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대처 방안이 마땅찮다. 석유·가스부터 밀가루·육류까지 소비를 줄이며 안정적 공급 확보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유가도 계속 고공행진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주를 이룬다.

수출 확대가 그나마 대안이겠지만, 여건이 만만치 않다. 반도체·석유제품 선전으로 수출도 지난해 동기에 비해 11% 늘어났지만 급증한 수입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더구나 수출을 견인해온 반도체의 중장기 업황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기업 실적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보면 장담 못할 게 반도체산업만이 아니다. 고공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은 증시에서의 외국 자본 이탈 우려를 키운다.

세계적인 수요 위축과 금융 긴축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불과 몇 달 만에 낙관론이 사라지고 인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힌 미국 경제의 불안한 급등락세를 보면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어려움과 한계를 절감하게 된다.

적자 재정의 여파도 만만찮은 판에 경상 적자까지 계속되면 고통의 나날이 될 것이다. 5년 내내 퍼주기로 건전 재정의 둑을 허물어버린 문재인 정부의 잘못만 탓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전체가 군살 빼기에 앞서면서 구조 개혁과 경제 체질 개선에 즉각 나서야 하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4월처럼 재정 적자와 경상 적자가 겹치는 ‘쌍둥이 적자’가 계속 커질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경제적 혹한기를 인내심으로 슬기롭게 이겨낼 각오와 준비가 돼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