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이 메타버스(metaverse)에서 주식 매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인 VTS(virtual trading system)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주식 거래 시스템의 주류가 PC 기반의 HTS(home trading system)에서 스마트폰 기반의 MTS(mobile trading system)로 옮겨갔듯이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면 VTS가 빠르게 자리잡을 것에 대비한 조치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진 세상을 말한다. 이르면 내년 거래 가능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9월 서울 여의도, 경기 판교 등 5~6개 지점에 VTS 체험존을 설치해 고객이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VTS는 미국 메타(옛 페이스북)가 개발한 VR(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퀘스트2를 통해 작동한다.
오큘러스퀘스트2를 안경처럼 착용하고 VTS 앱을 내려받으면 가상 공간에서 주식 매매와 시세 조회를 할 수 있다.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에서 나온 장면처럼 손가락으로 가상 공간에서 종목을 고르고 주문을 넣는 게 가능해진다. 지구본 모양을 굴려 국가별 투자 정보를 검색하고, 손목에는 가상 스마트워치 화면을 띄워 간편하게 각종 데이터 조회가 가능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프로토타입(시제품) 단계지만 앞으로 VR 특성을 활용한 다양한 부가 기능을 넣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9월 지점에 VTS 체험존이 들어선다고 해서 곧바로 실제 매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해킹 위험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 ‘모의 투자’만 가능하도록 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이르면 내년부터 VTS를 이용한 실제 거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VR 기기가 없는 고객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서도 VT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메타버스 시대 대비”현재 주식 거래 시스템 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것은 스마트폰 기반의 MTS다.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2019년 MTS 거래량 비중이 40.66%에 달하며 PC 기반의 HTS(38.89%)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2007년 첫 아이폰 출시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이후 10여 년 만이었다. 올해 들어 5월 말까지 MTS와 HTS의 거래량 비중은 각각 44.85%와 36.17%로 MTS 비중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은 일상생활 중 많은 시간을 메타버스에서 보내는 시대가 오면 VTS 사용자가 빠르게 늘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타버스 세계에서 일하고 놀다 보면 주식 거래도 자연스럽게 메타버스 안에서 하게 될 것이란 예상이다.
박홍근 미래에셋증권 IT(정보기술)부문 대표는 “주식 거래 시스템의 주류가 HTS에서 MTS로 빠르게 전환했듯이 메타버스 시대가 열리면 VTS가 대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메타버스 시대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가장 먼저 VTS 개발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