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암 치료제, 유도미사일처럼 암세포만 표적 공격

입력 2022-06-10 17:20
수정 2022-06-13 12:01
“극도로 경이로운 결과다.”(겐 다케시타 다이이찌산쿄 글로벌 연구개발 책임자)

지난 7일 미국 시카고에서 막을 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의 ‘스타’는 단연 엔허투였습니다. 엔허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입니다. 엔허투의 임상 3상 결과 발표가 끝나자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를 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2(HER2) 유전자의 발현율이 낮은 유방암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HER2 저발현군은 최근 새롭게 분류된 환자군입니다. 일반적으로 유방암에 걸리면 면역조직화학염색법(IHC)이나 현장혼성화법(ISH)을 받습니다. HER2라는 유전자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죠.

여기에서 HER2 양성이 나오면 허셉틴, 퍼제타 등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HER2 수치가 낮으면 음성 환자로 분류돼 이들 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의 최대 55%가 HER2 저발현군입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가량이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는 기존 표적항암제를 사용할 수 없는 셈이죠.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치산쿄는 이번 임상에서 ‘IHC 점수 1+’ 또는 ‘ISH 점수가 음성이면서 2+’인 환자를 HER2 저발현군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임상을 진행했습니다. 분석 결과 엔허투를 투여한 환자의 질병 진행률 또는 사망 위험은 항암화학요법 대비 49% 낮았습니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10.1개월로 화학요법 치료군(5.4개월)보다 두 배 가까이 길었습니다.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도 엔허투 치료군이 23.9개월, 화학요법 치료군은 17.5개월로 사망 위험이 36% 감소했습니다.

엔허투는 차세대 기술인 ADC를 현실에서 입증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습니다. ADC는 암세포를 표적하는 항체와 약물을 링커로 연결하는 원리입니다. 유도미사일처럼 정확하게 암세포를 쫓아 약물을 방출하기 때문에 엉뚱한 곳에 약물이 들어갈 위험이 낮고, 적은 투여량으로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내에선 레고켐바이오가 대표적인 ADC 개발사로 꼽힙니다. 자체 개발한 ADC 플랫폼을 활용해 상장 후 11건의 기술수출에 성공했습니다. 수출 규모만 5조원에 달합니다. 셀트리온도 ADC를 차세대 먹거리로 점찍었습니다. ADC 전문기업인 영국 익수다테라퓨틱스와 손잡고 유방암 등 항암신약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