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테라USD(UST)의 개발자 권도형 테라폼 랩스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위법 여부 조사에 착수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지는 SEC가 테라USD가 마케팅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사 과정에서 SEC의 집행 법률관들이 테라폼 랩스가 증권 및 투자상품 관련 규정을 위반했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증권 규정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들이 투자목적으로 기업체에 자금을 보내 암호화폐를 매수하면 해당 암호화폐는 SEC의 수사 관할에 포함된다.
지난달 7일 발생한 테라USD와 루나의 폭락 사태는 암호화폐 시장 전체에 타격을 안겼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이번 사태가 미국 달러화에 연동됐다고 주장하는 암호화폐인 ‘스테이블 코인’의 위험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하며 암호화폐 규제 법안 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포천지는 이번 조사가 테라폼랩스와 권 CEO에게 큰 압력이 될 거라 분석했다. 규제 당국은 이미 테라폼랩스와 권 CEO가 내놓은 ‘미러 프로토콜’이란 암호화폐 프로젝트 관련한 수사를 이어왔다. 미러 프로토콜은 미국 주식의 가격과 연동되는 디지털 자산을 거래하게끔 해주는 탈중앙화 금융(DeFi) 플랫폼이다. 권 CEO는 “SEC로부터 수사와 관련한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미러 프로토콜에 얽힌 수사 외에 다른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테라폼 랩스와 관련한 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권 CEO가 불리한 판국이다. 지난 8일 미국 제2회 순회 항소법원에선 미러 프로젝트 수사에 따른 SEC의 소환 명령에 대한 권 CEO의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1심 법원에선 테라폼랩스와 권 CEO가 미러 프로토콜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SEC에 증언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권 CEO는 테라폼 랩스가 사업을 적극적으로 영위하는 곳이 미국이 아니고, 소환장을 자신이 아니라 법률 대리인에 전해야 했다고 항소했다. 항소법원은 SEC의 수사에 응해야만 한다고 결정했다.
테라폼 랩스가 사실상 미국에서 사업을 펼쳐왔다고 간주한 것이다.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쳐왔고, 미국 직원들이 고용된 기업인데다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SEC가 조사할 권한이 있다고 판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