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회사채에 뭉칫돈”…회사채로 몰리는 개인투자자들

입력 2022-06-10 14:18
수정 2022-06-14 10:13
이 기사는 06월 10일 14:1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그동안 채권 시장을 주로 찾은 ‘큰손’ 자산가뿐 아니라 소액 투자를 노리는 개인투자자까지 회사채 매수를 위해 증권사 창구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대형 증권사 채권판매 담당자)

국내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에 개인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어.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발행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회사채로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회사채 투자가 큰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투자은행(IB)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동안 채권 시장을 주로 찾은 ‘큰손’ 자산가뿐 아니라 소액 투자를 노리는 개인투자자들도 회사채 매수를 위해 증권사 창구를 방문하고 있습니다.” (대형 증권사 채권판매 담당자) 회사채 시장 ‘큰손’ 오른 개인투자자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달 장외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5814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달보다 34%, 전년 동기에 비해선 62% 늘어난 액수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회사채 매수세는 ‘역대급’으로 치솟았다.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들이 장외 채권시장에서 회사채를 순매수한 금액은 총 2조3487억원에 달한다. 올 1~5월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기관투자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채 시장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증권사의 매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 소매판매(리테일) 부서를 통해 공격적으로 고금리 회사채를 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해태제과식품은 지난달 진행한 만기 3년물 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서 91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면서 해태제과식품은 연 4.577% 금리로 720억원까지 증액 발행했다.

눈길을 끈 것은 전체 투자 수요의 67%인 610억원이 증권사 등 투자매매 중개업자를 통해 들어왔다는 점이다. 대형 증권사의 회사채발행 담당자는 “투자매매 중개업자 물량 중 대부분은 증권사 소매판매 부서를 통해 고금리를 원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추세”라며 “최근 자산운용사들이 A급 이하 회사채 투자를 꺼리고 있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를 위한 증권사의 주문 물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열린 한진의 회사채(2년물 300억원, 3년물 400억원) 수요예측에서도 증권사 등 투자매매 중개업자들의 주문이 몰렸다. 특히 3년물의 경우 주문이 들어온 420억원 전액이 개인투자자 등을 위한 투자매매 중개업자의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자본증권, 국고채, 한전채 등도 ‘인기’회사채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는 채권으로 개인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등급 AA-급 우량기업의 3년 만기 회사채 평균 금리는 지난 7일 연 4.001%로 마감했다. 회사채 금리가 4%대를 돌파한 것은 2012년 5월17일(연 4.000%) 이후 처음이다. BBB급뿐만 비우량 회사채뿐 아니라 AA급 회사채 금리까지 은행 예금보다 높은 수준에 책정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선호도가 커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트랜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반 회사채뿐 아니라 은행·금융지주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국고채, 한전채 등으로 투자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진 게 특징이다.

은행·금융지주사가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은 발행 금리가 연 4%대 후반까지 오르면서 쏠쏠한 이자수익을 노리는 투자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절세 효과 등을 노리는 자산가들은 주로 국고채 매수를 위해 증권사를 찾고 있다. 국고채의 경우 발행가보다 낮은 가격에 채권을 매수한 뒤 만기까지 보유하면 비과세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발행이 쏟아진 한국전력의 회사채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전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한 한전채 금리가 3% 중반대에 형성되면서 자산가들의 안전한 재테크 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금액도 확대되는 추세다. 삼성증권이 올해 1~5월 삼성증권을 통해 채권을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을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투자 금액은 1억351만원에서 1억9732만원으로 91% 늘었다.

다만 무분별한 채권 투자는 주의해야 한다는 게 IB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형 증권사 채권판매 담당자는 “금리 상승세로 채권에 붙는 절대금리가 높아지면서 고금리 회사채가 매력적인 확정이자형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일반 회사채, 국고채, 한전채 등 채권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