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공항과 항공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허브 공항인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에선 파업 첫날 100여개의 항공편이 결항됐다.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유럽 여행객들의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 샤를 드골 공항에선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 사이 항공편 25%가 취소됐다.
공항 직원 800여명은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며 즉각적인 월급 인상(300유로씩)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력 감축이 잇따랐지만 충분한 충원이 이뤄지지 않은 탓에 근로 환경이 나빠졌다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는 "공항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임금 인상을 촉구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비행기가 발이 묶이자 전 세계 공항과 항공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을 줄여나갔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리오프닝 후 여행 수요가 급증하자 인력난이 빚어졌고 기존 직원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유럽에서 물가 상승세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도 이들이 파업을 택한 이유로 분석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1%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LCC) 라이언에어 승무원들도 조만간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페인 라이언에어 노조 두 곳은 사측과의 임금 협상에 실패하자 벨기에,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노조와 협력해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최근 여행 수요는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파업이 발생하면서 항공사들의 회복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와 자회사 유로윙스는 다음달 주말 항공편 5%에 달하는 1000여편의 일정을 취소할 예정이다. 항공 수요는 급증하는데 이에 대응할 인력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루프트한자는 성명을 통해 "인프라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으면서 유럽 공항, 항공사, 지상 조업 업체의 인력난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인력난과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유럽 여행객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항공 전문매체 심플플라잉은 "유럽 전역의 항공사에서 인력난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항공편 취소와 지연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고 수백만 명의 여행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항공업계를 떠난 노동자들이 다시 일터로 복귀할지 여부다. 전망은 밝지 않다. 국제공항이사회(ACI) 유럽지부의 올리비에 장코벡은 "공항 보안 업무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서 "교대 근무와 주말 근무을 감당할 만큼 임금 수준이 높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