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9일 새 정부 방역정책을 두고 "마냥 방역정책을 강화할 수 없는 시점"이라면서 '과학방역' 원칙 하에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와 사회적 영향을 판단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고령층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코로나19 4차 예방접종을 전 국민 대상까지 확대할지는 앞으로 유행 상황에 따라 검토할 예정이며, 신종 변이에 대응해 개발된 개량백신도 효과가 우수하다면 도입하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18일 취임한 백 청장은 이날 충북 청주시 오송읍 질병관리청에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임 일성으로 밝힌 과학방역의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설명했다.
백 청장은 "우리 사회는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며 국민이 자발적으로 참여·실천한 방역이 정착하고 과학적으로 큰 진전을 이루며 타 국가에 비해 대유행 위기를 잘 억제해 왔다"며 "그러나 여전히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가 있고 원숭이두창 등 신종 감염병 위협이 더해져 이제 코로나19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감염병 대응 체계를 고도화할 시기"라고 말했다.
백 청장은 방역 도약기 핵심 키워드를 '근거 기반 과학적 방역 정책'이라고 제시하고 △방역 빅데이터 플랫폼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신설 등 폭넓은 전문가 참여 △인구집단 특성 분석에 기반한 정책 연구 등 3대 과제를 중점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백 청장은 전 정부 정은경 전 청장 체제 질병관리청에 대해선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고 불확실성이 컸지만 여러 근거를 모아 과학적으로 판단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고강도 거리두기 방역정책을 지속하고 전문가 의견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데에는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백 청장은 "초반에는 데이터가 많이 제한적이었지만 이후 2년반 동안 축적된 데이터 분석에 있어서는 보완이 필요했다"며 "초반엔 병에 대해 잘 몰랐고 치료·예방법이 없어서 강한 방역정책이 불가피했으나 이제는 무기를 갖고 있으므로 마냥 방역을 강화할 수는 없는 시점이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방역정책 강도 조절이 당국으로서 제일 어렵지만 사회적 부담·영향과 국민 수용성을 균형있게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며 "데이터를 잘 분석해 더욱 합리적이고 국민 수용성이 큰 정책을 정리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결정될 코로나19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 여부에 대해서도 "해제하면 유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그로 인한 부담·피해를 얼마나 감당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동시에 최대한 피해를 줄이도록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아프면 쉬는' 사회적 문화·제도가 성숙해야 한다"고 했다.
백 청장은 또 이전 정부 방역당국의 일상회복위원회 내 전문가의 의견이 정책 결정에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비판을 잘 알고 있으며 본인도 대한감염병학회 이사장 등으로 여러 자문위에 참여하면서 정부에 잘 전달이 안 되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백 청장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SNS에 외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는 등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해 왔는데, 이는 전문가로서 정부에 제시한 감염병 대응 방법론과 의견이 수용되지 않아 압박하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신설하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의 결정 내용은 정부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의사 체계를 강화할 것"이라며 "최근 질병관리청에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께서도 과학방역을 주문·강조하시면서 전문가 의견을 많이 존중하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4차 접종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향후 유행상황과 이전 접종과 감염 면역 감소 상황 등을 평가해 봐야 한다"면서 "4차접종 효과와 백신 제조사의 변이 대비 개량백신 효과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4차와 재유행 대비 접종 전략을 세우겠다"고 했다.
만약 변이 대비 개량백신의 효과가 우수하고 안전하다고 확인되면 개량 백신 도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현재 방역당국이 과학방역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전 국민 항체 양성률 조사는 1만여명 표본 조사를 7월 중 착수한다고 백 청장은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