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도 희비 엇갈린 자동차 업계…완성차 웃고, 부품사 울고

입력 2022-06-10 08:21
수정 2022-06-14 09:54
이 기사는 06월 10일 08: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동차 업계의 신용도를 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실적 개선과 전기차 호재 등에 힘입어 완성차 업계의 신용등급 전망은 개선 흐름을 타고 있다. 반면 자동사 부품사들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8일 기아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긍정적)’으로 변경했다. 현재 ‘AA’인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날 현대자동차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AA+(안정적)’을 유지했다.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상위권의 시장 지위를 갖춘 데다 탄탄한 실적까지 확보했다는 게 한신평의 설명이다. 기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69조9000억원, 영업이익 5조1000억원을 등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도 지난해 매출액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창사 이래 최대치, 영업이익은 2014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현대차·기아 모두 올 1분기에도 실적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다.

대당 판매 가격(ASP) 상승도 신용도 상승에 기여했다. 기아의 ASP는 2017년 2250만원에서 올해 1분기 2790만원으로 올랐다. 현대차도 2017년 20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2860만원으로 42.6% 뛰었다. 채산성이 뛰어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비롯한 레저용차량(RV)이 판매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편의사양 옵션을 채택하는 비율이 증가한 것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한국신용평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주요 원자재값이 크게 올랐지만 ASP 상승분이 이를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기아의 전기차 EV6가 ‘유럽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점도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반면 자동차 부품사의 신용도에는 적신호가 들어오고 있다. 전방산업인 완성차 업계의 생산량 회복이 지연된 데다 원자재값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27일 한온시스템의 장기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용 열관리시스템(공조) 전문 부품 업체로 이 분야에서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완성차 업계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사업실적 개선이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원자재인 알루미늄 가격 상승과 운송비 증가로 수익성도 악화됐다. 높은 부채 비율 등 재무안정성도 발목을 잡고 있어. 사업 기반 확대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이 회사의 3월말 기준 부채비율은 239.0%로 지난해 말보다 6.5%포인트 올랐따. 총자산에서 순차입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순차입금의존도도 지난해 말 28.0%에서 3월말 29.2%로 커졌다.

앞서 한국신용평가도 지난 4월 자동차 부품업체인 태양금속공업과 엠에스오토텍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태양금속공업은 ‘B+(안정적)’에서 ‘B+(부정적)’으로, 엠에스오토텍은 ‘BB(부정적)’에서 ‘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자동차 부품사의 하반기 성적표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원자재값 인상의 부담으로 실적 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대가 본격 개막되면 기존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이익이 줄어들고 사양산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