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웃을까…美 증권거래위원회 "주식매매 구조 싹 바꾸겠다"

입력 2022-06-09 10:14
수정 2022-07-09 00:02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주식 매매 구조를 혁신하겠다고 공언했다. 증권사에 유리한 매매 관행을 타파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개선한다는 것. 주식 주문 중개를 경매 입찰로 바꾸는 방안도 포함됐다.

8일(현지시간)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사진)은 미국 투자은행 파이퍼샌들러가 주최한 컨퍼런스에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월가의 관행을 없앨 거라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주문을 중개하는 기관을 정할 때 경쟁 입찰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증권사끼리 경쟁을 유도해 개인투자자들이 최적의 가격으로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끔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취지다.

SEC는 증권 중개업체가 자발적으로 최적 가격을 찾아 주문을 체결하는 ‘최적 체결’ 관련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중개업체들이 주문받은 가격을 공표하는 월별 보고서 제출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는 증권사들에 가격 정책에 있어 의무는 없고 ‘합리적이고 성실한 노력’을 기울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르면 올해 가을 내로 초안을 작성한 뒤 규제 시행 절차를 공식화할 방침이다.

SEC의 개혁 의지를 촉발한 원인은 로빈후드였다. 지난해 게임스톱 등 밈 주식(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주식)으로 주목받은 온라인 증권거래업체로, 무료 수수료 정책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수수료가 없는 대신 개미들에게 불리한 관행을 유지해왔다.

로빈후드는 개인투자자들의 주문정보를 한데 모아 시타델 증권사 등 대형 증권사에 보내고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대형증권사는 개미의 정보를 기반으로 초단타 매매를 벌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투자자주식정보판매(PFOF)’라 불리는 관행이다. 특정 증권사가 로빈후드 사용자들의 주문을 독점적으로 중개했다. 독점의 위험성이 증폭됐다. 공식 거래소에서는 매수 호가와 매도 호가를 모두 공개해 최적의 매매가를 공표하지만, 시타델 등 대형 증권사는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 투명성을 떨어트리는 동시에 대형증권사에 유리하게 주문을 낼 위험이 있다. 따라서 투자자들과 증권사 간의 이해 상충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겐슬러 위원장은 “현재 미국의 주식거래 시스템이 투자자들에게 공정하고 경쟁적인지 의문이다”라며 “개인 투자자들에게 더 나은 투자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SEC의 방안에 월가 반응은 엇갈렸다. 투자업계에선 10년 만의 대대적인 개혁이라고 SEC의 결정을 반겼다. 경쟁 구도를 통해 미국 주식의 벤치마크 신뢰도가 제고될 거란 예측해서다. 데이비드 로우러 얼빈파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SEC가 주식 거래 문제에 관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건 바람직하다”며 “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장외 과점시장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증권업계에선 반발했다. 조셉 메케인 시타델증권 최고서비스책임자(CSO)는 “왜 미국 주식시장에 세계인들이 주목하는지를 숙고해야 한다”며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할 문제다. 자칫 잘못하면 주식시장이 퇴행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