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 들인 클럽하우스·'아이언맨' 집 같은 그늘집…'럭셔리 끝판왕'

입력 2022-06-09 17:29
수정 2022-06-09 23:49
사우스케이프를 세계가 인정하는 명품 골프장으로 만든 주연이 경치라면 조연은 클럽하우스다. 사우스케이프는 남해 바다를 굽어보는 곳에 자리잡은 이 클럽하우스를 짓는 데만 700억원을 들였다. 웬만한 골프장 건립비에 맞먹는 규모다. 국내 최초로 베네치아건축비엔날레 대상(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의 작품이다. 나비 날개를 연상케 하는 처마와 시원하게 트인 기하학적 구조물은 남해의 하늘과 바다를 오롯이 품은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로비를 클럽하우스에서 분리한 뒤 앞뒷면과 천장을 튼 구조는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 시도한 방식이다.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은 “남해의 자연과 눈부신 햇살을 클럽하우스 안에서도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클럽하우스는 해 뜨는 아침부터 석양이 질 때까지 사진을 찍는 이들로 북적인다.

정 회장이 전 재산을 들인 골프장인 만큼 그의 손길은 골프 코스 곳곳에 묻어 있다. 코스 중간에 있는 두 개의 그늘집은 바다를 바라보는 곳에 지었다. 수평선과 골프 코스, 남해의 기암절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목 좋은 곳에 자리잡았다. 절벽에 들어선 까닭에 언뜻 보면 영화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의 집을 연상케 한다. 배용준·박수진 커플, 송승헌·유역비 커플 등이 머물다 간 호텔은 소설가 고(故) 이외수의 집과 트윈트리 빌딩 등을 지은 건축가 조병수가 설계했다.

직사각형의 상자 형태를 쌓아 올려 단순하면서 경쾌한 리듬감이 특징이다. 골프장 조경은 정영선 씨가 맡았다. 국내 조경업계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화이트 톤의 풀과 꽃들로 정제된 디자인을 선보였다. 코스와 풍광을 돋보이게 하면서도 은은한 멋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우스케이프에는 골프장만 있는 게 아니다. 최고급 스위트호텔과 피트니스센터, 스파, 음악당, 트레킹 코스, 와인바, 수영장 등도 들어서 있다. 건물 안에 있는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은 하나같이 명품이다. 클럽하우스와 호텔은 예술품으로 장식돼 있다. 클럽하우스 로비 중앙에는 영국 유명 설치작가 톰 프라이스의 ‘블루 멜트다운 체어’가 놓여 있다. 미국 조명예술가 린지 아델만의 샹들리에가 있는 레스토랑, 파주 음악감상실 ‘카메라타’의 주인장인 방송인 황인용 씨가 설계한 뮤직 라이브러리도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이 밖에 이광호, 함영신 등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반도 남쪽 끝에서 만나는 골프 힐링의 끝은 미식이다. 외주 케이터링 업체를 쓰는 대신 20여 명의 셰프가 상주한다. 콘셉트는 ‘로컬’이다. 남해의 유자, 멸치, 한우, 아나고 등으로 맛을 낸다. 쑥이 나지 않는 계절엔 남해 돌미나리를 직접 키워 ‘도다리미나리국’을, 남해의 튼실한 멸치로는 과메기처럼 해풍에 살짝 말려 ‘멸치과메기’를 만든다. 정 회장은 “멋진 코스 경험과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을 완성하는 건 이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제철·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최고의 음식”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케이프는 이제 골프장을 넘어 패션 브랜드가 됐다. 2020년 첫선을 보인 골프웨어 ‘사우스케이프’는 온라인과 플래그십스토어에서만 판매해 지난해 1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남해=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