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추진했던 ‘편면적 구속력’ 도입 법안에 대해 종전 입장을 뒤집고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금감원의 태도가 바뀐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에 담긴 편면적 구속력 도입 조항에 대해 “금융사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해 조정제도의 본질에 반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정무위에 제출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가 제시한 분쟁조정안을 일방 당사자인 소비자가 수락하면 반대 측인 금융사도 무조건 따르도록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부여돼 금융사는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현행 제도에서는 소비자가 분쟁조정안을 받아들여도 금융사가 거부하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고 소송으로 이어진다. 이에 일부 학계와 소비자단체 등에선 “금융소비자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조정안에 편면적 구속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금감원도 지난 정부에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적극 추진했다.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2020년 8월 당시 키코(KIKO)와 라임 무역금융펀드 분쟁조정 관련 금융사 수용이 부진한 점을 들어 “편면적 구속력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사들은 소비자의 악용 가능성, 조정안과 법원 판단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반대했다. 금융위원회도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금융사에서) 박탈할 수 있다”며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편면적 구속력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반면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윤석열 대통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에서 편면적 구속력 도입에 찬성하는 의원이 적지 않아 앞으로 쟁점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2000만원 이하 소액 사건에 한해 적용하면 위헌 등 문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