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원 디스커버리 대표 구속…정치계·은행권 수사 확산되나

입력 2022-06-09 17:27
수정 2022-06-10 00:35
환매 중단으로 투자자에게 약 2500억원의 피해를 끼친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장하원 대표(63)가 구속됐다. ‘윗선 개입 의혹’을 받는 정치계 인사들과 일반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수사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투자 피해자들은 “이번 구속으로 수사가 탄력을 받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8일 저녁 “도주와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장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심사 단계에서 장 대표 혐의가 일부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회사 임원 김모씨는 혐의가 가볍지 않지만,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디스커버리펀드는 2017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 기업은행을 비롯한 시중은행들을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까지 판매됐다. 운용사의 ‘불완전 판매’와 부실 운용 등 문제로 지난해 3월 환매가 중단돼 개인과 법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다.

장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판매 수익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자가 낸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일명 ‘폰지 사기’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펀드에 부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서도 이를 숨긴 채 판매했다는 혐의도 있다.

장 대표 구속의 여파는 정계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수사 과정에서 장 대표의 친형 장하성 주중대사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 등도 이 펀드에 투자한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 대사는 약 60억원, 김 전 실장은 4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쟁점은 이들이 펀드 부실을 인지하고 일찌감치 투자회수를 했는지 여부다. 법조계 관계자는 “부실 상황을 사전에 알고 빠져나갔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펀드 판매 단계에서 정치권력이 부당하게 개입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펀드 판매 당시 신생 운용사였음에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를 공격적으로 판매했다”며 “고위 인사들이 압력을 넣어 판매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 당시 펀드를 판매한 은행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경찰은 기업은행이 투자 상품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은 불완전 판매를 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