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마다 달랐던 'AT&T 세금'…기재부, 삼성·NH·신한 손 들어줘

입력 2022-06-09 17:28
수정 2022-06-10 01:23
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의 자회사가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국내 주주들이 받은 자회사 주식에 대해 증권사들이 시가 기준으로 배당소득세를 징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과세당국이 내렸다. 증권사들이 해당 주식에 대해 제각각 다르게 세금 처리를 해 ‘서학개미’(해외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지자 과세당국이 빠르게 이런 유권해석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유권해석으로 기존에 투자자들로부터 세금을 걷지 않은 증권사들은 뒤늦게 원천징수에 나서야 해 서학개미들의 혼란과 불만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AT&T 자회사 주식을 받은 국내 투자자는 5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본지 5월 5일자 A1, 3면 참조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삼성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가 제출한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최근 보냈다. 과세당국은 답변서에서 “분할신설법인 주식은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의제배당에 해당하며, 같은 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AT&T는 지난 4월 미디어 자회사인 워너미디어스핀코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신설법인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를 세웠고, AT&T 주주들에게 AT&T 1주당 WBD 0.24주를 나눠줬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는 WBD 시가(24.07달러)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원천징수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은 WBD 액면가(0.0056달러)의 15.4%를 세금으로 징수했고, 대신증권 등은 아예 세금을 걷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삼성증권 등 3사는 국세청에 서면질의를 했고, 국세청은 사안이 복잡하고 과거 참고사례가 없자 최종 해석기관인 기재부에 이관했다. 기재부는 사안의 중대함 때문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삼성·NH·신한 3사의 원천징수가 적절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세청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증권사들에 안내할 예정이다.

과세당국의 해석이 나온 만큼 미래에셋·키움·대신 등 다른 증권사들도 3사와 동일하게 WBD 시가로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자들로부터 뒤늦게 세금을 걷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내용을 고지한 뒤 증권계좌에서 배당소득세를 징수할 계획”이라며 “투자자들의 반발과 혼란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세부적인 절차는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