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식량주권' 1호 정책…가루용 쌀 늘려 밀 200만t 대체

입력 2022-06-09 17:24
수정 2022-06-10 01:22
정부가 쌀가루 전용 품종인 ‘분질미(粉質米)’ 생산을 늘려 2027년까지 연간 밀가루 수요(약 200만t)의 10%를 대체한다. 이를 통해 식량 자급률을 5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분질미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내건 식량주권 확보와 관련한 정부의 첫 정책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사진)은 “분질미는 일반 쌀과 달리 밀과 이모작이 가능한 품종”이라며 “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오랜 쌀 수급 불균형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분질미는 가루로 가공하기 쉬운 쌀로,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품종이다. 일반 쌀은 전분 구조가 밀착돼 있고 단단해 가루를 만들기 위해선 물에 불린 뒤 건조하는 ‘습식제분’이 필요하다. 반면 분질미는 밀처럼 전분 구조가 둥글고 성글게 배열돼 있어 물에 불리는 과정 없이 곧바로 건조하는 ‘건식제분’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기존 쌀가루에 비해 제분 비용을 5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분질미가 식량 주권 확보를 가능케 할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분질미는 5월 중순~6월 중순 이앙(모내기)이 이뤄져야 하는 일반 쌀과 달리 6월 하순이 이앙 적기다. 수확 적기가 6월 중순인 밀과 이모작이 가능하다. 같은 농지에서 연중 밀과 분질미를 공동 경작할 수 있다.

농식품부는 2027년까지 일반 벼 생산지 4만2000㏊(전체 농지의 약 3%)를 분질미 생산지로 전환해 연간 20만t의 분질미를 생산할 계획이다. 연간 밀가루 수요의 10%를 쌀가루로 대체하고, 밀 생산량도 늘려 2020년 기준 0.8%에 불과한 밀 자급률을 2027년 7.9%로 높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전체 식량 자급률을 같은 기간 45.8%에서 52.5%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기준 분질미 재배면적은 25㏊, 생산량은 119t에 불과했다.

농식품부는 CJ제일제당 농심미분 농협오리온 등 식품·제분업체, 제과제빵업체 등과 밀가루 대신 쌀가루로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공동 개발해 수요와 공급을 함께 늘려나갈 방침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2027년까지 쌀 가공산업 시장 규모를 현재의 7조3000억원 수준에서 10조원대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