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걸림돌 될라"…구주매출 없애는 기업들

입력 2022-06-09 17:41
수정 2022-06-10 00:59
기업공개(IPO) 시장이 위축되자 예비 상장기업이 구주매출을 최대한 줄이고 신주만 모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기존 주주의 지분을 매각하는 구주매출이 상장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재무적 투자자(FI)들도 당장 투자금 회수에 집착하기보다는 먼저 상장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청담글로벌에 이어 비플라이소프트는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한 이후 계획했던 최대주주의 구주매출을 전량 철회했다.

최석주 청담글로벌 대표는 약 53만 주, 임경환 비플라이소프트 대표는 10만 주를 시장에 내놓으려 했지만 수요예측 이후 100% 신주를 모집하는 쪽으로 공모구조를 바꿨다. 일단 상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계산에서다. 처음부터 100% 신주 발행으로 공모에 나선 범한퓨얼셀이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각각 715 대 1, 710 대 1의 경쟁률로 흥행한 것과 대조된다.

최근 오아시스마켓 최대 주주인 지어소프트가 이랜드리테일에 일부 지분을 매각한 것 역시 공모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구주매출 비중을 낮추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어소프트는 이랜드리테일에 오아시스마켓 지분 약 3%를 매각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어소프트는 오아시스마켓 공모 과정에서 구주매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상 구주매출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본격적인 공모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일부 지분을 미리 덜어내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투자자의 구주매출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최근 IPO를 위한 증권신고서(정정 포함)를 제출한 기업 11곳 중 영창케미칼을 제외한 10곳이 구주매출 없이 신주 모집으로만 공모구조를 잡았다. 이들은 대부분 투자금 회수를 원하는 재무적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은 기업이지만, 100% 신주모집 형태로 나선 것이다. IPO 검토 과정에선 재무적 투자자의 구주매출 수요가 많았지만,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방향을 튼 것이란 설명이다.

벤처캐피털(VC)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으면 시장에서 외면받는 만큼 시장이 더 악화하기 전에 일단 상장해야 한다는 게 최근 분위기”라며 “상장한 뒤 투자금 회수를 위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은 재무적 투자자가 구주매출에 나섰지만, 수요예측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공모가가 책정되자 상장 철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관사들도 최근 IPO 기업에 상장 성사를 위해 구주매출을 최소화하도록 적극 제안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프리IPO 단계에서 책정됐던 투자단가보다 낮은 공모가로 기업가치가 산정되는 경우도 등장했다. 보로노이는 프리IPO 단계에서 1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목표 시가총액을 5000억원대로 낮춰 증시 입성을 준비 중이다. 재무적 투자자들로선 구주매출에 나서면 오히려 손실을 확정하게 되는 만큼 기회를 엿보는 쪽으로 선회한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 전략을 수립 중인 일부 IPO 기업 가운데 최대한 시장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기업가치를 기존보다 절반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을 논의하는 곳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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