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0대 대선에 이어 6·1 지방선거에서도 패배하면서 책임 소재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김용민 등 ‘처럼회’ 의원들은 “개혁에 철저하지 못해 패배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본인들 인기를 위해 지지층을 속이고 편승하려는 엉뚱한 소리”라는 비판도 나왔다.
하헌기 전 민주당 부대변인은 8일 자신의 SNS에 올린 <‘586 쫓아내면 김용민, 김남국’이란 비판에 대해>라는 제목의 글에서 “우리 민주당이 내리 세 번의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가 정말로 개혁성이 부족했기 때문인가”라고 했다
하 전 부대변인은 유튜브 채널 ‘헬마우스’ 등에서 활동한 ‘진보 인플루언서’다. 2020년 베스트셀러가 된 <추월의 시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대선에서는 민주당 청년 대변인과 수석부대변인 등으로 활동했다.
앞서 김용민 의원은 지난 1일 SNS에 “민주당은 개혁세력일 때 국민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를 잊지 않을 것이고, 쉬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방송사 출구조사를 통해 민주당의 지방선거 참패가 확인된 직후였다.
이에 대해 하 전 부대변인은 “선의로 하신 말씀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저 말이 무척 황당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은 그야말로 '진영 총결집'이었는데, 개혁을 원하는 민주당의 핵심지지층이 등을 돌렸기 때문에 0.73%p의 근소한 격차로 패배했다고 주장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내세워 대선 패인 분석에 소극적이었다. 하 전 부대변인은 “결과가 연속해서 좋지 않으면, 진단과 처방 모두 점검해야 한다”며 “김용민 의원의 진단은 돌팔이 의사의 말을 듣다가 건강을 말아먹었는데, 앓고 일어난 환자에게 돌팔이 의사의 말을 더 확실히 듣자고 우기는 것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하 전 부대변인은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개혁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검찰개혁이)수십 년 고민한 의제였다면 수십 년의 고민이 집대성된 결과물이 준비되어 있었어야 했다”며 “그런데 당시 '정책 의총'을 열었을 때는 토론에 부칠 법안 조차 올라오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이모’ ‘쓰리엠’ 등으로 조롱받았던 것도 상기시켰다. 하 전 부대변인은 “청문회 다음날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문제나 의혹이 아니라 민주당 인사들의 역량 부족과 함량 미달이 이슈화됐다”며 “결국 말만 세게하고,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는 제대로 안 했단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검찰개혁과 한 장관 청문회를 주도한 처럼회 의원들을 향해 하 전 부대변인은 “큰 전선을 털어먹은 의원님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누구 하나 잘못했다고 말씀하신 적 있습니까?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하신 분 계십니까?”라고 다그쳤다.
‘국민이 180석을 밀러줬는데 개혁을 제대로 못해 패배했다’는 논리에 대해 하 전 부대변인은 “(그들에겐)답이 정해져 있다”며 ‘기울어진 언론지형’, ‘국민의힘의 방해’, ‘민주당 내부 수박과 사쿠라들 때문에’ 등을 꼽았다. 그는 “절대로 본인들이 준비를 성실하게 안 했다는 진실은 이야기 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민주당에서 ‘586 용퇴론’이 불거졌던 지난달 25일 “586 용퇴하면 김남국·김용민·고민정 세상”이라고 조롱했던 사실도 상기시켰다.
하 전 부대변인은 “많은 이들이 ‘86세대’ 정치인의 용퇴를 말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분들이 집에 가고 젊은 사람들끼리 남는다고 더 나은 민주당이 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86이 용퇴해도 김남국, 김용민'이라는 반대파의 조롱에 대한 함의를 우리가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국 의원에 대해선 페미니즘과 관련한 무원칙한 태도를 질타했다. 하 전 부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 김남국 의원은 이재명 후보가 페미니즘 성향 매체인 ‘닷페이스’에 출연하는 것을 극구 말렸다”며 “그랬던 이가 얼마 전에는 ‘검수완박’ 감사패를 여초 커뮤니티인 ‘여성시대’에서 받았다는 인증을 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최근 청년층에서 가장 심각한 갈등전선이란 젠더갈등 문제조차 이렇게 제 주머닛 속 공기돌처럼 그때그때 제 정치적 이익에 따라 대충 동원하고 팽개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쏘아붙였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