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오프라인 자영업자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 서비스는 무엇일까. 네이버나 카카오 앱이 아니다. 오프라인 자영업자의 55%(100만 명)가량이 쓰는 매출 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다. 스타트업 한국신용데이터(KCD)가 2017년 선보인 서비스다. 자영업자들이 매출 데이터를 손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는 “한국에서 자영업자를 위한 최고의 데이터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카카오톡 단톡방 등에서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설명했다.
캐시노트는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 등을 활용해 ‘사장님들’에게 현금 흐름을 쉽게 분석해주고 단골 현황 등도 알려준다. “사장님들은 오늘 온 손님 가운데 몇 명이 신규 고객이고, 몇 명이 재방문 고객인지 알기 어렵죠. 하지만 카드 매출 전표에 답이 있습니다. 손님이 오늘 결제한 카드가 과거에 결제된 이력이 있다면 재방문 고객인 거죠. 이런 식으로 사장님에게 단골 현황을 알려줄 수 있습니다.”
캐시노트는 기본적으로 무료 서비스다. 하지만 좀 더 세밀한 분석을 위해선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주간 또는 월간 단위 분석을 하거나, 주변 상권 통계 데이터 등을 제공하는 멤버십 서비스가 월 5000원 정도다. 보험 관련 서비스도 제공한다. 김 대표는 “배달 보험 등 서너 가지 보험을 보험사와 제휴해 단체보험 형태로 저렴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식자재 공급 서비스도 본격화했다. 식당들의 평균 식자재 구입비는 연 4100만원 정도다. 캐시노트를 쓰는 식당(40만 곳)의 연간 식자재 구매 비용만 16조원을 훌쩍 넘는다는 뜻이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김 대표는 “밤 10시 이전에 식자재를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까지 배달해준다”며 “지금은 서울에서만 서비스하고 있지만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지난해 5월 B2B(기업 간 거래) 식료품 플랫폼 ‘푸짐’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최근 자회사를 설립해 또 다른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자영업자 대상 신용평가 사업이다. 김 대표는 “자영업자가 대출받을 때 장사가 잘되느냐가 기준이 아니라 개인 신용에 따라 대출액과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캐시노트로 쌓은 데이터를 통해 정교한 자영업자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 본허가가 나오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1987년생으로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1기 출신이다. 이미 20대 중반인 2011년 ‘100% 모바일 기반’ 리서치 기업 아이디인큐(오픈서베이)를 창업해 성공적으로 회사를 키웠다. 2016년 아이디인큐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황희영 전 부사장에게 넘기고 한국신용데이터를 세웠다.
한국신용데이터는 계열사를 포함해 누적 1200억원가량을 투자받았다. 기업가치는 9000억원 정도로 평가받았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을 눈앞에 뒀다. 김 대표는 “앞으로 비공개 시장에서 1000억원 정도 더 조달한 뒤 이후 더욱 큰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상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취미로 배드민턴을 즐긴다. 앞뒤가 아닌 ‘사이드’로 뛰어다닐 수 있는 점이 좋다고 한다. 영화관도 자주 찾는다. 한때 거의 모든 상영작을 봤다고 했다. “‘젊음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라는 화두를 던진 ‘유스(Youth)’ 같은 영화가 좋았습니다. 정말 훌륭한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는 주연이 아니라 조연에서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도 창업자 한 명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 하나하나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듯하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