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문자로만 대화한 부부…파국 맞은 결혼 누구 책임? [법알못]

입력 2022-06-09 06:00
수정 2022-06-09 06:40


카페에서 40대 남녀가 다정하게 대화하고 있다면 부부일까 연인일까?

이인철 변호사는 "카페나 길에 있는 남녀가 부부인지 연인인지 아는 방법이 있다"면서 "연인 사이 남녀를 보면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까르르 까르르 온종일 종알거리고 서로 보면서 웃고 미주알고주알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누구와 어떻게 지냈는지 온갖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은 항상 서로 만지고 키스하고 부둥켜안고 스킨십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혼한 부부는 '뭐 하러 배우자와 그 비싼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가나'라고 할 것이며 만약 정말로 오랜만에 근사한 카페에 갔다면 대화도 스킨십도 없이 휴대폰만 보고 있거나 잔소리만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부간 대화 내용도 서로에 대한 관심사보다는 주로 자녀들에 관한 얘기를 몇 마디 주고받다 아무 말 없이 커피를 마시게 될 수 있다"면서 "부부는 대화를 나누지 않고 애정 표현을 하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겠거니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와 스킨십의 단절은 서서히 부부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실제 결혼생활 5년 동안 대화 없이 문자 메시지로만 소통해온 부부가 등장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5년째 문자로 대화한 '음소거 부부'가 소개됐다.

이들은 한집에 살지만, 각자의 공간에서 생활하며 대화를 일절 차단하고 어쩔 수 없을 때만 문자 메시지로 대화했다. 그마저도 서로를 향한 비난과 원망이 담겨 있었다.

“언제부터 균열이 생겼냐”는 물음에 남편은 “아내가 임신했을 때였다. 크리스마스이브 때 싸웠는데, 아내가 달리는 차 안에서 내려달라고 했다”며 “같이 갔어야 했는데 제가 내리라고 해서 아내만 내렸다. 그때가 밤늦은 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한겨울 늦은 밤, 만삭의 아내를 도로에 버리고 간 것.

아내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감정이 조금씩 쌓여온 것이지, 어떤 사건이 계기가 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임신 기간 동안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려 데려다 달라고 했을 때 부탁을 들어준 적이 거의 없다”며 남편에게 보호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더 자고 싶고 귀찮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아내는 “(남편이) 사과는 늘 한다. 정작 어떤 것에 대해 미안한 것인지, 그거에 대해 자신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얘기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인터뷰에서 “남편에 대한 존재 가치를 저는 잘 모르겠다. 애들이 성인이 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밝혀 충격을 안겼다.



두 사람의 일상을 지켜본 오은영 박사는 “두 분은 정서적으로 이혼 상태”라며 “가장 기본적인 신체 접촉이 전혀 없다. 눈도 안 맞추고 언어적 대화도 거의 없다. SNS로 대화하지만 이는 육아를 위한 업무 분담”이라고 말했다.

또 “‘자녀가 없다면 이혼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다”며 “하지만 자녀가 있기 때문에 다른 각도로 봐야 한다. 아이들은 아마 ‘엄마 아빠가 우리 인생 최고의 난제’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탄식했다.

오은영 박사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건 지양해야 하고, 두 사람이 대화할 때는 중재자가 필요하다”는 솔루션을 내렸다.

하지만 세상에 이렇게 대화가 없는 부부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인철 변호사는 "가끔은 나이가 제법 든 노부부도 착 달라붙어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무슨 이야기가 그리 재밌는지, 그것도 모자라 자연스럽게 스킨십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떻게 부부가 저렇게 다정할 수 있어!’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이가 다정한 것도 습관이고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위 사례의 부부에 대해 "아내는 남편이 오래전에 자신에게 서운하게 한 일을 아직도 기억하고 서운해하고 있다"면서 "특히 아내들은 임신 중 서운했던 일을 평생 기억한다고 하니 남편들은 아내를 위해서 이 기간에는 각별히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갈등이 있어도 싸우지 않는 부부와 함께 있어도 대화가 없는 부부는 언제든지 이혼으로 향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면서 "부부에게 닥친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부간의 대화와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혼이라는 위기에 닥쳤을 때도 이혼 상담을 통해 갈등의 고리를 대화로 풀어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면서 "가장 흔하게 말하는 이혼 사유이기도 한 성격 차이는 대화의 부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화보다는 감정적으로 먼저 치닫는 잘못된 싸움의 방식이 이혼이라는 결론을 보다 쉽게 내리도록 한다"고 경고했다.

이 변호사는 "결혼생활이 항상 행복하고 아무 갈등도 없는 부부는 거의 없다"면서 "어느 부부나 크고 작은 문제를 갖게 마련이다. 배우자의 치명적인 과오를 알면서도 그냥 넘기고 살자니 애들이나 남들 앞에서 날이면 날마다 싸우는 것도 지치고, 그렇다고 이혼을 하자니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 까마득하다면 전문가에게 상담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혼 상담은 이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점점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이혼소송에 따른 적절한 대처이기도 하다"라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두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잘못으로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지만, 양쪽 모두에 이혼의 책임이 있는 경우가 더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결혼하고 가족을 이루며 살아감에 있어, 항상 아무 문제 없이 행복하기만 부부는 있을 수 없다"면서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