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국가기밀·개인정보 양자암호로 보호한다

입력 2022-06-08 11:06
수정 2022-06-08 14:27

SK브로드밴드가 국가 기간통신망에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하는 데에 성공했다. 국가 기밀 사항과 개인정보 등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 통신망에 양자암호를 쓰는 세계 최초 시도다. 양자암호통신은 양자역학을 활용해 광자(빛 알갱이)에 정보를 담아 데이터를 보호하는 통신 방법이다. 해커 등 제 3자가 접근하면 데이터 내용이 어그러지므로 정보 도·감청을 무효화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8일 국가 기간통신망에 장거리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까지 총 800㎞ 길이 통신망에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서울~세종~대전 구간, 대전~광주 구간에 각각 환형 구조 양자통신망을 구축한다.

이는 국내에서 가장 긴 양자암호망이 된다. 그간 민간 양자암호망은 유선망이라도 대부분 구간당 30~70㎞ 길이에 불과했다. 통신 중계 기술의 한계가 컸기 때문이다. SK브로드밴드는 자체 기술을 개발해 국가융합망 각 구간을 30여개 양자중계기로 연결했다. 중계 과정에서 데이터 손실이 일어나지 않아 전국망 등 대규모 양자암호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광전송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T-SDN) 등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도 적용했다. SK텔레콤과 SK스퀘어의 자회사인 양자암호기업 IDQ와도 기술 협업을 했다. SK브로드밴드는 "SK그룹 차원에서 10년 넘게 투자한 기술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백본망(중추망)에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했다. 백본망은 여러 하위 네트워크(통신망)을 연결해 아우르는 최상위 통신망이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정부 어느 부처가 이 망을 쓸지 등은 추후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등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가 필요로 하는 구간에 대해서도 추가로 양자암호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번 설계 초기부터 단계별 확장성을 고려해 백본망(중추망)과 액세스망을 되도록 분리해 구축했다. 유럽전기통신표준화기구(ETSI)가 승인한 양자키분배(QKD) 방식 네트워크 통합관리규격 표준 7건도 국가융합망 구축에 활용했다. 향후 QKD 장비를 추가하는 것만으로 양자암호 서비스 구간을 확장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2020년 국가융합망 구축·운영 제1사업자로 선정됐다.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주관으로 총 48개 정부부처 통신망을 하나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국가융합망 실무추진단 측은 “양자암호기술이 적용된 국가융합망 구축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고도화된 범정부 네트워크 기반을 조성했다”며 “이를 토대로 한층 개선된 서비스 품질과 보안이 적용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국가융합망이 성공적으로 완성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기업간거래(B2B) 사업으로도 확대한다. 이번 국가융합망 사례를 발판으로 공공시장 양자통신망 사업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7년까지 공공·연구소 양자암호 정보보호망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를 앞두고 그간 제도상 원칙이 없었던 양자암호통신망 전송 장비 등에 대해 보안 기준도 마련된다. 국가정보원이 이달 중 양자암호통신 전송 장비에 대한 보안 요구사항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구영 SK브로드밴드 공공 담당은 “이번 800km 국가융합망 양자암호기술 적용 성공은 대한민국이 양자암호기술 개발과 상용화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사례”라며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효율적인 공공 솔루션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