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금융권 취업을 위한 지름길로 저축은행이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시중은행들이 취업문을 걸어잠그면서 발생한 '일자리 가뭄'에 취업 준비생들이 시달리는 상황.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연봉과 '워라밸(일과 가정의 양립)' 로 무장한 채 인재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선봉에는 업계 시장점유율 1위 SBI저축은행이 섰다. CJ, LG전자 등 대기업 재무팀에서 자리를 옮긴 김기수 리스크관리 팀장과 기업은행과 SK증권 합격에도 저축은행으로 향한 새내기 한상욱 기업금융팀 사원이 SBI저축은행을 선택한 이유를 들어봤다. 대기업을 뛰어 넘는 자율성이 강점
김 팀장은 CJ그룹을 거쳐 LG전자 재무팀에 근무하던 2012년 회의감에 빠졌다. 대기업이란 튼튼하고 큰 울타리가 되려 독이 됐다.
"10년간 대기업에 있으면서 안정감을 느꼈지만, 조직의 성장이 나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정해진 매뉴얼에 따른 업무는 편하긴 했지만, 스스로의 성과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재무라는 주특기를 살리면서도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금융권 이직을 택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은행이나 증권사에 입사하기엔 30대 중반의 나이가 발목에 걸렸어요. 문턱이 낮은 저축은행으로 눈을 돌리자 숨통이 트였습니다. 성장하고 있는 회사에서 기회를 찾아보자는 생각이었죠. SBI 저축은행은 조직이 젊었죠. 대기업보다 기회가 많았습니다. 벤처 기업 같아요. 직무순환제도도 잘되있고, 재무 특기 였지만, 리스크 관리 부서로 넘어온 것도 다 이런 문화가 바탕이 됐어요."
김 팀장은 입사 뒤 높은 연봉과 한국적인 분위기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이직에 전혀 후회가 없습니다. 제조 기반 대기업과는 연봉 테이블 자체가 다릅니다. 특히 정시퇴근 문화가 지켜지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어요. 금융기관이라 딱딱하지 않을까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전혀 아닙니다. 자율과 책임 성과위주의 조직문화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성과급 붙자 계약 때보다 1.5배 수준으로 불어난 연봉
한상욱 사원은 문화기획 스타트업에 다니던 이색 경력자. 스타트업에서 꿈을 펼치며 밤샘 작업을 했지만, 손에 쥐어진 것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이었다.
"꿈을 쫒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삶을 원했습니다. 기업금융(IB) 업무로 승부를 보려고 결심을 하고 다니던 스타트업을 나왔어요."
그의 도전은 시작부터 녹록지 않았다. 증권사와 시중은행의 기업금융 채용규모는 한 자리수. 각종 자격증을 따며 준비를 했지만, 번번히 고배를 마셨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경력직 중심으로 돌아가는 기업금융 분야에선 무조건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 우선이었어요. SBI저축은행에서 IB를 신입으로 뽑는다는 소식에 주저 없이 선택을 했습니다. 운이 좋아 합격을 했죠. 합격통보 뒤에 기업은행과 SK증권에서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왔지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딜을 주선하는 것보다는 여신업무를 바탕으로한 투자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게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한 사원이 놀란 것은 올 초 연말 정산때다. 성과급을 합치자 계약 연봉의 1.5배 수준이었던 것.
"원래 4000만원 수준이던 연봉이 성과급을 합치는 6000만원 가까이 됐어요. 야근의 연속이던 스타트업 때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연봉입니다. 경험도 쌓이고 5시 40분이면 퇴근할 수 있는 워라밸을 생각하면 대만족하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SBI저축은행은 오는 15일까지 대졸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한다. 모집 분야는 금융영업과 통계, IT 등이다. SBI저축은행은 전공, 어학성적에 제한을 두지 않고 국내외 대학 학사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파격적인 채용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선발 인원도 제한을 두지 않는다. 우수 인재가 많을 경우 최대한 많은 인력을 수용하기 위해서다.
김순신 텐아시아 기자 soonsin2@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