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동거한 사실혼 관계 아내를 버리고 불륜을 저지른 남자의 추잡한 실체가 공개됐다.
지난 6일 채널 IHQ에서 방송된 ‘변호의 신’에는 이혼 후 홀로 살아가던 의뢰인이 한 남성과 동거를 하면서 뒷바라지 했으나 배신을 당한 사연이 소개됐다.
5년 전 이혼한 A 씨는 우연히 과거 연인 B 씨와 재회했다. 사업에 실패하고 어렵게 지내는 사정을 들은 A 씨는 B 씨와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세 들어 지내는 선배일 뿐이었지만 곧 연인이 되었고 혼인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부부와 다름없는 관계였다. A 씨는 직장을 잃고 주변 사람들에게 외면당해 실의에 빠진 남자 B 씨를 위해 2000만 원의 종잣돈을 주며 재기할 수 있게 도왔다.
B 씨는 종잣돈을 주식에 투자해 10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이게 된다.
그러나 그 후 다정했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차갑게 돌변한 B 씨.
그는 자기 가족을 살뜰히 챙기는 A 씨에게 모욕과 폭언을 일삼으며 거리를 두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차 안에서 수상한 귀걸이를 발견한 A 씨는 출장 간다고 거짓말을 한 후 B 씨의 불륜 현장을 습격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B 씨는 불륜 현장을 들키고도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A 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그는 매달 월세 10만 원을 보내왔으니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 세입자와 집주인 관계라 주장하고, 이들의 부부싸움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게 되었다.
A 씨는 자신의 지인과 바람을 피운 B 씨를 상대로 사실혼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사실혼, 부부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사실혼 관계라는 것은 남녀가 법률상의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채 혼인 의사만을 가지고 혼인 생활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은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는 ‘한번 살아보고 확신이 선 경우에 혼인신고 하겠다’며 혼인신고를 늦추거나 자녀가 태어나면 그때 혼인신고를 결심하게 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혼이 되기 위해서는 남녀가 결혼한다는 합의가 있어야 하고 실제로 결혼생활이 유지되어야 한다"면서 "사실혼 관계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와 비슷한 효과를 가지고 있으며 부부와 같이 부양 협조의 의무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 않으면 단순 연인 사이나 동거 사이가 되어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사실혼 관계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혼인신고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이혼소송 같은 절차 없이 언제든지 배우자 한쪽에서 파기할 수 있다.
이 변호사는 "합의나 일방 배우자의 의사만으로도 사실혼 관계를 해소할 수 있다. 합의나 통보할 때에도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은 아니며 구두통보나 서신, 전화, 문자, 카카오톡 등의 방법으로도 가능하다"면서 "물론 중대한 문제이므로 당사자 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서 사실혼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부부 사이가 악화하여 결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제대로 대화나 원만한 합의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사실혼 관계에서도 결혼생활이 불행해져 이혼을 결심했다면 재산분할이나 위자료 청구가 가능할까.
이 변호사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더라도 결혼식을 하였거나 결혼 의사를 가지고 실제로 부부로 생활하면 ‘사실혼’으로 봐서 ‘법률혼’과 비슷한 보호를 받아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례의 경우와 같이 혼인 기간에 상대방이 주식투자를 통해 수익이 난 경우 그 부분도 재산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아내가 생활비를 전적으로 부담하고 그 생활비의 일부가 주식 투자금으로 사용되었으므로 아내에게도 기여도가 상당 부분 인정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정주부 아내도 내조의 기여도가 거의 50%에 이르게 되므로 만약 맞벌이 아내이거나 오히려 아내가 전적으로 생활비를 부담한 경우 높은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사실혼을 주장하면서 배우자에게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요구해도 상대방이 사실혼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이 경우 재판을 통해 사실혼을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이 사실혼이 아니고 단순 동거라고 주장하면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때 사실혼의 증거는 ‘동일한 주소, 결혼식 사진, 양가의 경조사에 참석한 사진, 신혼여행 사진, 증인진술서’ 등이 증거가 될 수 있다. 사실혼으로 인정받으려면 호칭도 중요하다. 연인 간에는 ‘자기, 오빠’ 등으로 부르지만 부부간에는 ‘여보, 당신’이라고 부르고 이는 확연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남녀가 서로 사랑하고 같이 살아도 그 형태는 다양하다. 동거, 사실혼, 법률혼, 아니면 다른 제3의 형태일 수 있다. 서로 사랑했던 사이가 법은 멀리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남녀 간 오해가 생기고 서로 갈등이 생기면 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법적으로는 보호 받으려면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최대한 확보해야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은 위자료 청구 소송에 승소해 남편에게 위자료 1천만 원과 주식 소득 중 3억 9천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받았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