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면 대표가 직접 ‘삼고초려’하는 것을 넘어 ‘오고초려’를 해서라도 데려와야 합니다.”
지난 3월 신한금융투자 글로벌투자은행(GIB) 총괄 사장으로 부임한 김상태 신한금융투자 각자대표(사진)는 인재 확보의 중요성에 관해 묻자 이같이 답했다.
최근 신한금융투자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이 투자은행(IB)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기업공개(IPO) 전문가로 꼽히는 서윤복 NH투자증권 상무가 신한금융투자로 자리를 옮긴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핵심 인재 확보를 통해 IB 역량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구상이다. 그는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서 대표급 책임자가 명함을 들고 발로 뛰어야 한다”며 “젊은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IPO는 신한금융투자의 ‘약점’으로 꼽혔다. 자본 규모와 이름값에 비해 상대적으로 IPO 주관 실적이 부진했던 탓이다. 마켓인사이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한금융투자의 IPO 주관 실적은 1493억원으로 12위에 머물렀다. 같은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인 KB증권(1조6781억원, 6위), 하나금융투자(3424억원, 11위)와 비교해 낮은 순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조(兆) 단위 대어(大魚)의 IPO에 잇따라 참여하는 등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는 게 IB업계 평가다. 올 1월에는 공모주 시장 역사상 최대어인 LG에너지솔루션의 공동 주관사에 선정됐다. 시스템통합(SI)업체 LG CNS의 공동 주관사에도 포함됐다.
김 대표는 취임 이후 LG CNS 주관사 선정 프레젠테이션에 직접 참석하는 등 IPO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LG CNS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면서 직원들이 충분한 역량을 갖춘 것에 비해 경쟁에서 승리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새로 수혈한 인재들이 기존 직원들에게 ‘이기는 방법’을 전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뒤 30여 년을 IB 분야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IB통’이다. 2018년부터는 미래에셋증권에서 IB 총괄 사장을 지낸 뒤 올해 초 신한금융투자에 합류했다. 미래에셋증권에서 크래프톤·SKIET·현대중공업·셀트리온헬스케어 등의 상장 주관 작업을 담당한 경험도 기대를 모으는 요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IPO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GIB그룹 산하에 IPO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독립 본부를 마련한 게 핵심이다. 기존 GIB그룹 내 기업금융본부 산하 부서이던 IPO1~3부를 새로 만든 IPO본부 아래로 옮겼다. 조직 개편을 통해 IPO 분야 전문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대체투자도 김 대표가 눈여겨보고 있는 미래 먹거리다. 금리 인상 등을 고려해 안전자산 위주로 대체투자 매물들을 살펴볼 계획이다. 그는 “예상하지 못한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에서 수익률 등 투자 조건만 고려한 글로벌 딜의 여파로 많은 IB가 아직까지 고생하고 있다”며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만큼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금융 분야에서는 데이터센터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들어서는 총 6280억원 규모의 죽전 데이터센터 개발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주관을 맡기도 했다. 가산동 데이터센터 개발사업의 금융 주관도 예정돼 있다. 그는 “부동산금융을 비롯해 대체투자 분야는 트렌드 변화 추이를 민감하게 인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기존에 많이 투자한 지식산업센터 대신 데이터센터 등의 비중을 늘리고 공모 리츠 시장에도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의 다양한 계열사와 협력해 성장을 이어간다는 전략도 밝혔다. 그는 “은행, 캐피털 등 그룹 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은행의 대출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등 지주 체제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