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것 하나 없는 폐기물 처리 산업…M&A로 대형화 속도 낸다

입력 2022-06-07 15:23
수정 2022-06-07 15:24

폐기물 처리업 시장을 둘러싼 인수합병(M&A) 경쟁이 뜨겁다. 2025년 폐기물 처리업 시장 규모가 23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폐기물 처리업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폐기물 처리업 시장의 M&A 경쟁이 시작된 건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JP모간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폐기물 처리 업체를 인수해 EMK를 설립한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2018년까지 기업가치 급등을 선제적으로 전망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M&A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2020년엔 투자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폐기물 처리업 투자에 전문성을 갖춘 사모펀드와 기업의 컨소시엄이 폐기물 처리업에 진출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운영 노하우를 확보한 기업이 단독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렇다면 기업은 왜 폐기물 처리업에 뛰어들고 있을까. 그 이유를 크게 다섯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폐기물 처리 산업의 높은 성장성이다. 하루 폐기물 발생량은 2009년 35만7000t에서 2020년 53만4000t으로 약 10년 새 하루평균 17만t 이상 늘어나고 있다. 또한 국민 소득 수준 증가와 비대면 산업 발전이 폐기물 산업의 성장을 유도하고, 의료 서비스 수요 확대 및 주택 개발 활성화가 더해져 폐기물 산업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는 폐기물 처리 기업의 희소성이다. 늘어나는 폐기물을 처리하기 위한 자가 처리시설(자가소각·매립시설)이 부족해 기존 민간 폐기물 처리 기업의 희소성이 부각되고 있다. 처리시설의 부족에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민원과 환경 문제로 인해 신규로 처리시설을 설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운영되고 있는 폐기물 처리 기업의 희소성은 계속해서 높아지는 것이다. 국내 주요 폐기물 처리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는 2017년 대비 2020년 280% 상승했다.

세 번째는 수익성 개선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폐기물 처리 단가는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공급 부족에 따른 폐기물 처리 단가 상승은 기업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폐기물 처리업은 재고관리가 필요 없고 현금 흐름이 견고해 매수 기업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네 번째는 폐기물 에너지화의 기반으로 가져가려는 의도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궁극적으로 폐기물 재활용 및 에너지화를 지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폐기물 처리업을 발판으로 폐기물 처리 사업에 진출하고, 관련 기업 인수를 통해 미래 에너지원 창출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종합 환경산업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 12월 발표한 ‘K-ESG 가이드라인’에 환경경영 추진체계 항목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기업은 ESG 평가 개선을 위해 전담 조직 운영, 환경투자 예산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폐기물 처리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곳도 늘고 있다.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M&A가 마무리되면, 폐기물 처리 산업은 소수 기업 위주로 대형화 및 계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성장해왔던 비즈니스 범위가 전국구로 확장되고,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대 또한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한 기업에서 운영하는 사업 분야는 점차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일반폐기물 혹은 의료폐기물 등 한 가지 분야에 특화한 중소형 폐기물 처리 업체들이 대거 인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폐기물 처리사업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폐기물 발생에서부터 최종 처리까지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최근 사업의 방향을 재활용, 에너지화 등으로 확장하면서 폐기물 처리업체를 넘어 종합 환경기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근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