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주식 선물시장에서 10개월여 만에 최대 규모의 매도세를 보였다. 선물과 연계된 국내 기관의 프로그램 매물도 대거 쏟아지면서 코스피지수가 1% 넘게 주저앉았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200 선물을 1만4610계약 순매도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조2700억원어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계약량 기준으로 최근 10개월 만의 최대치다. 이전에는 작년 8월 10일 1만5982계약(1조7158억원어치)을 순매도한 게 가장 큰 규모였다.
주식 선물시장에서 외국인은 올해 들어 줄곧 매도 우위세를 이어왔다. 원·달러 환율 상승,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약세를 보이자 현물에서의 손실을 선물로 방어하려는 헤지(위험회피) 매물 등이 출회된 결과란 분석이다.
외국인은 최근 10거래일(5월 20일~6월 3일) 동안 선물시장에서 매수세를 보였다. 이 기간 총 652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그러나 이날 팔자세로 돌변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도 매도세를 보였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091억원어치, 코스닥시장에서 103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되살아나는 등 시장 지표가 악화하자 유동성이 높은 한국 시장부터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갔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 하루에 1만 계약 이상의 선물 매도 물량을 쏟아낸 것은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가 흔들리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재반등하는 가운데 물가 압력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외국인들이 이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유동성이 높은 한국 시장부터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국내 기관이 8224억원어치 순매도한 것도 외국인의 선물 매도와 관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매도로 선물 베이시스가 장중 백워데이션 상태(선물 가격이 현물 가격보다 낮은 상태)가 되자 증권사(금융투자)들이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프로그램 매매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인 및 기관의 매도로 이날 코스피지수는 1.66% 떨어진 2626.34에 거래를 마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