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및 제품 플랫폼 통합-차별화는 소프트웨어로 가능
폭스바겐그룹이 미래 전략으로 내세운 '뉴 오토'의 핵심이 될 차세대 메카트로닉스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준비하고 있다. SSP는 현재 BEV에 적용한 모듈형 MEB 플랫폼과 고급 브랜드에 쓰는 PPE의 후속작이다. 그룹은 오는 2025년 아우디가 선보일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결과물과 2026년 데뷔를 앞둔 폭스바겐 트리니티부터 SSP 플랫폼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각) 독일 볼프스부르크 공장에서 만난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 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 안드레아스 월링겐은 SSP가 그룹의 새로운 지속가능성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그룹 산하의 모든 브랜드와 제품은 SSP를 기반으로 제작될 예정"이라며 "전체 수명 주기에 걸친 4,000만대 이상이 SSP를 채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룹은 SSP를 다른 완성차 제조사에게도 공개할 방침이다. 이미 MEB를 포드 등의 완성차 기업에게도 공유한 바 있는 만큼 플랫폼 오픈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많은 제품과 기업에게 플랫폼을 공급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또한 창출할 수 있다는 것. 수급 기업 역시 제품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적지 않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두 개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하나로 합치는 이유도 규모의 경제다. 폭스바겐 SSP 및 트리니티 프로젝트 총괄 주키 테튼본 박사는 "그룹은 총 5개의 아키텍처와 5개의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어 복잡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운영체제를 개발하고 이를 그룹의 모든 브랜드에 적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어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소프트웨어 통합과 그룹의 소프트웨어 주도형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의 일환"이라고 덧붙였다.
그룹은 수년간 산하 모든 브랜드에 걸쳐 플랫폼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발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20년에 설립한 카.소프트웨어 조직(Car.Software-Org.)은 최신 플랫폼을 쓰는 제품에 VW.OS 운영체제를 공급하고 있다. 버전 1.1은 MEB, 버전 1.2는 PPE에 탑재하고 있으며 버전 2.0은 SSP에 활용할 방침이다.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자체 소프트웨어 개발 비율은 현재의 20%에서 60%까지 늘어난다. 향후 그룹은 자율주행,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모델,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그룹은 전기차의 필수 요소인 배터리 확보에 대해서도 진심임을 밝혔다. 월링겐 CSO는 "배터리가 전기차의 핵심 기술인 만큼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관련 기술을 갖춰야 한다"며 "이미 전담 부서를 구성하고 6개 배터리 전용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 폭스바겐그룹은 독일 잘츠기터, 스웨덴 스켈레프테아 등 6곳에 배터리 공장을 세우고 있다. 새 공장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며 각각 연간 40GWh의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윌링겐 CSO는 "배터리 자체 생산과 함께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을 바탕으로 공급 다양화 전략을 병행하며 그룹의 배터리 전략을 안정화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폭스바겐그룹은 플랫폼 통합으로 인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브랜드 차별화를 소프트웨어로 해소한다는 복안이다. 월링겐 CSO는 "동일한 아키텍처를 공유해도 소프트웨어를 통해 브랜드나 제품별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차별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볼프스부르크=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