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기업공개(IPO) 시장이 올 들어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물가 상승,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맞물린 탓에 상장 계획을 전면 보류하는 기업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현지시간)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의 IPO 규모가 전년 대비 90% 급감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5월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157개에 불과했다. 이들이 조달한 금액은 179억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628개 사가 IPO에 나서 1920억달러를 끌어모은 것과 비교해 대폭 축소됐다.
올해 IPO 규모 기준으로 10위권 안에 드는 기업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거래소에 상장한 기업은 2개뿐이다. 사모펀드 운용사 TPG가 지난 1월 나스닥시장에서 10억달러를 조달했다. 노르웨이의 석유·가스 생산업체 베르에네르기는 노르웨이 거래소에서 8억8000만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같은 기간 글로벌 IPO 규모는 2830억달러에서 810억달러로 71%가량 줄어들었다. 상장기업 수 역시 1237개에서 596개로 감소했다. FT는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으로 촉발된 1분기 공모시장 부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2분기에도 IPO 규모가 급감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1~3분기는 2020년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상장 계획을 미뤘던 기업들이 앞다퉈 공모시장 문을 두드린 시기였다. 올해 상반기는 역기저 효과로 인해 IPO가 더 저조해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로펌 제너앤블럭의 마틴 글래스 IPO 전문파트너는 “지난해 말부터 감독당국의 규제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 열풍에 제동이 걸린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