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굳게 닫혔던 신용대출의 문이 올 하반기부터 활짝 열릴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은행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도록 한 조치를 다음달부터 해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금융소비자들은 과거처럼 본인 연봉의 1.5~2배에 달하는 금액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할 수 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두드러졌던 작년 말엔 은행에서 신용대출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여 신용대출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고, 심지어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최대 한도를 5000만원으로 묶기도 했다.
하지만 올 들어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잔액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615억원으로, 올 1월 말(707조6895억원) 이후 5개월째 감소했다. 그러자 지난 3월부터 은행들이 5000만원 한도 제한 조치를 속속 풀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했으며 우리은행도 5000만~1억원에서 8000만~3억원으로 한도를 높였다.
하반기부터 연봉 한도 규제까지 사라지면 실수요자들도 필요한 만큼 넉넉하게 대출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통장에 잔액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현금을 빼서 쓸 수 있는 마이너스통장을 뚫어 놓으려는 수요가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있고 오는 7월부터 더욱 강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는 만큼 신용대출을 늘릴 유인이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신용대출 금리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작년 말 연 3.5~4.7%에서 지난달 중순 연 3.58~5.07%까지 올랐다. 4월 한 대형 은행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금리가 연 5%를 넘어서기도 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지난해 8월 연 0.75%에서 지난달 연 1.75%까지 오른 탓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금리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부담 때문에 늘어나는 한도만큼 꽉 채워서 신용대출을 받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부터 차주별 DSR 적용 대상이 기존 총대출액 2억원 초과에서 1억원 초과로 강화된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신용대출을 줄여야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대출 등을 한 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DSR을 계산할 때 실제 쓴 금액이 아니라 전체 한도를 적용한다”며 “DSR 한도가 충분하지 않다면 지금 보유 중인 마이너스통장을 정리하는 게 향후 내 집 마련 등을 위해 더 좋은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