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두창, 일주일 만에 확진자 3배 '급증'…"27개국 780명"

입력 2022-06-05 21:56
수정 2022-06-05 22:04
세계보건기구(WHO)는 비(非) 엔데믹 지역의 원숭이두창 확진자 수가 27개국에서 780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6월2일자 집계 기준으로, 지난 WHO의 브리핑(5월29일) 때의 23개국 257건 확진·120건 의심 사례 보고에 이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확진자 수로만 따져보면 3배나 급증한 수준이다. 원숭이 두창은 감염 시 피부 표면에 울퉁불퉁한 발진과 함께 발열 증상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WHO는 다행히 아직까지 원숭이두창 관련 사망자 보고는 없었다고 했다. 격리 환자를 제외하고 입원(중증으로 발전) 사례도 거의 보고되지 않았다.

로이터·AFP 통신과 인도 IANS 통신에 따르면 WHO는 이날 브리핑 자료를 통해 "2일 기준 원숭이 두창 비 엔데믹 지역 27개 회원국으로부터 실험실 확인된 확진 건수는 780건으로 보고됐다"고 했다.

WHO는 "유행 지역을 여행하지 않은 사람들에게서 원숭이두창이 확인되는 건 이례적"이라며 "비 엔데믹 지역에서 1건이라도 확진되면 발병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가장 많은 감염 사례를 보고한 비 엔데믹 국가로는 △영국이 207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페인 156명 △포르투갈 138명 △캐나다 58명 △독일 57명 순이었다.

유럽과 북미 외에도 △남미 아르헨티나 △호주 △아프리카 모로코 △중동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도 한 자릿수로 확진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WHO는 "다른 나라에서도 감염 사례가 확인될 가능성이 높고 바이러스가 추가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간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약 12개국에서 고유종으로 간주됐으며, 이 지역 외부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내 확산은 지난달 7일 영국 런던에서 처음 발견됐지만 미국과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스웨덴 등 선진국 곳곳으로 퍼지고 있다.

이에 WHO는 원숭이두창을 글로벌 공중보건에 '보통위험(moderate risk)' 수준으로 평가하고 발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WHO 위험평가 분류 항목은 △0단계 매우 낮은 위험 △1단계 낮은 위험 △2단계 보통 위험 △3단계 높은 위험 △4단계 매우 높은 위험 등 5가지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전 세계적으로 퍼지기 전 길게는 수년간 조용한 전파가 진행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WHO는 "일부 비 엔데믹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 중인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원숭이두창 출현은 일정 기간 우리도 모르게 알려지지 않은 전파가 이뤄졌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보고된 대부분의 사례는 성 건강이나 다른 보건 서비를 통해 확인됐다. 주로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들이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