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 케빈 나(39·사진)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 자격을 포기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자본이 주도하는 리브(LIV)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에 출전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PGA투어와의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케빈 나는 5일 트위터를 통해 “PGA투어 탈퇴를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슬프다”며 “방침이 바뀌어 다시 PGA투어에서 뛸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케빈 나는 오는 9~11일 영국 하트퍼드셔의 센추리온클럽에서 열리는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개막전에 출전한다. 케빈 나 이외에 더스틴 존슨(38·미국)과 세르히오 가르시아(42·스페인) 등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PGA투어를 공식적으로 탈퇴하겠다고 밝힌 건 케빈 나가 처음이다.
PGA투어는 소속 선수들의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 출전을 불허하고 있다. 출전을 강행하는 선수들에게는 강력한 징계를 예고했다. 케빈 나는 “PGA투어 선수로 남으려면 내가 원하는 곳에서 뛸 수 있는 선택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나는 원하는 곳 어디에서나 경기할 수 있는 자유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내가 어디서나 뛸 수 있는 자유를 선택하면 PGA투어의 징계와 법적 조치를 피할 수 없다”며 “PGA투어와 법적 소송을 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2004년 PGA투어에 데뷔한 케빈 나는 지난달 찰스 슈와브 챌린지 등 455개 대회에 출전해 5승을 거둔 베테랑이다. 데뷔 7년 만인 2011년 10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에서 첫 승을 올렸고, 2018년 7월 밀리터리 트리뷰트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네 시즌 연속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리브 골프 인비테이셔널은 거액의 계약금과 상금을 내세워 케빈 나를 포함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번 개막전에도 총상금 2000만달러(약 248억원)에 보너스 상금 500만달러를 내걸었다. 커트 탈락도 없고 개인 순위와 함께 팀 순위도 따로 정한다. 개인전 우승자는 400만달러의 상금을 받고 보너스 상금 500만달러는 팀 순위 상위 3개 팀에 나눠서 준다. 한 선수가 한 대회에서 50억원이 넘는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