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전국의 휘발유와 경유 평균가격은 각각 L당 2020원, 2013원이었다. 올 1월 1일(휘발유 1622원, 경유 1441원)과 비교하면 L당 400원, 600원가량 뛰었다. 교촌치킨, bhc, BBQ 등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지난해 말부터 메뉴에 따라 가격을 500~2000원 올렸다. 이에 따라 치킨 한 마리 가격이 2만원을 넘기도 한다. 돼지고기·배추·치킨·경유 다 올랐다소비자물가가 뛰고 있다. 올 3월 전년 동월 대비 소비자물가가 4.1% 상승했을 때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 징후가 뚜렷하고 특히 물가가 심상찮다”고 우려했다. 그로부터 두 달 만에 물가는 5%대로 뛰어올랐다.
물가는 농산물(-0.6%)을 제외한 전 분야에서 상승했다. 돼지고기(20.7%)와 수입 소고기(27.9%), 배추(24.0%), 감자(32.1%), 밀가루(26.0%), 식용유(22.7%) 등 ‘밥상 물가’는 물론 경유(45.8%), 휘발유(27.0%), 전기료(11.0%), 도시가스(11.0%) 등 각종 생활물가가 모조리 올랐다. 생선회(10.7%), 치킨(10.9%), 갈비탕(12.2%) 등 외식 물가도 크게 뛰었다. 파(-48.0%), 사과(-22.7%), 쌀(-11.2%), TV(-6.2%)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은 1년 전보다 떨어졌지만 다른 품목이 대부분 오르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급등을 막진 못했다.
기획재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고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를 부분 금수 조치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크게 뛰었다”며 “농·축·수산물은 생산비용 증가와 수입품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재료비와 운영경비, 물류비 상승 등 때문에 서비스 및 공업제품 가격도 올랐다고 분석했다. 유류세 인하·금리 인상도 안 먹혀
당분간 물가 급등세를 막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4, 5월 15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기재부가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폭을 20%에서 30%로 확대했지만 물가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정부가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도 당장의 물가 급등세를 잠재우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물가 급등을 촉발한 대표적 요인으로 꼽히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이른 시일 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글로벌 공급망이 회복되는 데도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소비 수요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은과 기재부는 당분간 5%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민간전문가는 6%대 물가상승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6월이나 7월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내외로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건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11월(6.8%) 후 한 번도 없었다. 한은 관계자는 “6%대 가능성은 가장 불투명한 국제 유가의 추가 상승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경기 하강 우려 속에서 물가가 급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커지자 정부는 추가 대책도 검토하고 있다. 방기선 기재부 1차관은 이날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민생안정책의 효과가 즉각 나타날 수 있도록 예산 집행과 관련 법령 개정 등 후속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름철 가격 변동성이 큰 농축산물 관리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충남 아산에 있는 양수장을 찾아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최근 가뭄이 농산물 물가 상승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전에 수급 계획을 마련해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