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3일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는 무효’라는 지난달 26일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2013년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노사 협의로 도입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경우 원칙적으로 연령상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과 임금피크제 관련 하급심 판례를 분석해 만든 ‘임금피크제의 연령 차별 여부 판단에 관한 FAQ(자주 하는 질문)’란 자료를 통해서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다.
고용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며,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법이 개정된 2013년 이후 도입된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형이므로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봤다. 다만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 할지라도 대법원이 제시한 임금피크제 도입의 합리적 이유 네 가지(제도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 불이익의 정도, 대상 조치의 적정성, 감액된 재원의 적정한 사용)를 충족하지 못하면 위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정년유지형의 경우에도 대법원 기준에 따라 사안별로 달리 판단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용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임금피크제 관련 판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장의 혼란을 불식하기에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노동계에서 노조 행동지침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경영계도 기업의 대응 방안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금피크제에 관한 보다 명확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가 대법원 판결의 ‘폭발력’을 간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고용부는 이날 자료에서 지난해 기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는 사업체 7만6507곳 중 87%는 2013년 이후 제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다수 사업체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 큰 혼란이 없을 것이란 취지다.
하지만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2016년 정년연장법에 따라 정년 60세가 법으로 의무화된 이후에 기업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경우엔 정년유지형으로 볼 수도 있다”며 “정년연장형과 정년유지형의 구분이 쉽지 않아 또 다른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고용부 취지와는 다른 설명이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