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운용사 힘 세졌네…오피스빌딩 '싹쓸이'

입력 2022-06-03 17:36
수정 2022-06-04 11:22
작년 말 캐나다 브룩필드자산운용이 매물로 내놓은 서울 여의도 IFC 입찰에는 여섯 곳의 인수 후보가 관심을 보였다. 외국계 회사는 ARA코리아뿐이었다. 국내 자산운용사 간 접전 끝에 4조1000억원을 써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승기를 잡았다. 싱가포르계 투자회사인 ARA코리아는 지난달 30일 판교 알파리움타워 매각을 완료했다. 한국의 마스턴투자운용이 판교 오피스빌딩 거래 사상 최고가인 3.3㎡당 3006만원, 1조206억원을 써내면서 새 주인이 됐다.

한국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매수 주체로서 외국인의 힘이 크게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들이 팬데믹(전염병 대확산) 전후로 급성장하면서 대체투자시장을 장악했다는 분석이다.

3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 컬리어스에 따르면 국내 오피스빌딩 등 상업용 부동산시장에서 해외 투자자(한국법인 포함)의 매수 비중은 올 들어 지난 5월 말까지 거래금액 기준 2.5%에 그쳤다. 2018년까지만 해도 22.3%에 달했는데 4년 새 확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국내 자산운용사는 글로벌 투자자 소유 부동산을 매수하거나, 국내 기관 간 거래를 통해 점유율을 꾸준히 높였다. 오피스빌딩 기준 국내 최다 자산 보유 회사는 이지스자산운용이다. 지난달 말 기준 보유 빌딩만 33개에 달했다. 이어 코람코자산신탁 32개, 마스턴투자운용 24개 순이다. 글로벌 투자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8개로 가장 많고, ARA(4개)와 안젤로고든(4개) 등이 뒤를 따랐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약진은 팬데믹 이후 돋보였다. 마스턴투자운용의 부동산 펀드 운용자산 설정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 6조원대로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 150%가량 뛰었다. 이지스자산운용도 같은 기간 30%대 자산 성장률을 보였다. 컬리어스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보다 국내 비중을 빠르게 늘리면서 시장을 주도했다”며 “팬데믹 기간 해외 실사가 막혔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연기금 및 공제회 등의 돈을 굴리기 위한 해외 부동산 투자도 활발해졌다. 작년 미국 부동산시장에 들어간 국내 투자자금은 42억달러에 달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투자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매수 주체로서 리츠의 비중은 2020년까지 거래 금액의 3%대에 머물렀는데 지난해 약 8%로 상승했다.

이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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