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의 메타버스 패션 플랫폼 ‘레디투웨어’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쇼룸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피팅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디어이긴 한데 유명 브랜드들을 어떻게 플랫폼에 입점시킬 예정인가요. 차별화 전략이 있나요?”
3일 오전 서울 가산동 롯데정보통신 사옥. 다양한 국적의 대학생 40여 명이 열띤 발표를 이어갔다. 학생들이 사업 아이템을 피칭(발표)하면 뒷좌석에 앉아 있던 롯데 직원들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마치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발표(IR)를 연상하게 하는 이 프로그램은 중앙대의 ‘혁신 창업(Business Creativity)’ 강의의 일부다. ‘국민 영어 선생님’으로 알려진 민병철 교수(사진)가 개발한 국내 대학 최초의 메타버스 관련 창업 수업이다. 중앙대 경영경제학과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해부터 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은 영어로 강의한다. ‘커넥터’ 자처하는 교수영어 회화 교육의 원조로 유명했던 그가 창업 교육에 주력한 지는 12년째다. 그는 “건국대 교수로 있던 2010년 창업 강의를 시작했다”며 “당시 부상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학생들의 글로벌 취업·창업을 독려하는 취지로 수업을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메타버스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는 생각에 메타버스를 강의 테마로 정했다. 민 교수는 “가상과 현실이 겹치는 변곡점에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메타버스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을 ‘커넥터’라고 칭하는 그는 “학생들을 기업과 연결해주는 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혁신적 사업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기업을 연결해주는 교육이란 것이다. 그는 “고등학생에게도 창업 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미래에 원하는 게 뭔지 구체적으로 그리고 이를 현실화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K창업 문화 전파할 것”학생들은 일반 창업팀처럼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케터 등 저마다 직무가 배정돼 있다. 메타버스 이론과 실습을 배우며 팀별로 메타버스에서 구현할 수 있는 창업 제안서를 작성한다. 이를 구체화해 기업에 찾아가 발표하고 피드백을 받는 사업 발표회가 수업의 핵심이다. 민 교수는 롯데정보통신, 컴투스, CJ푸드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AC) 스파크랩스 등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서도 메타버스 패션 플랫폼, 팬덤 플랫폼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예상 수익, KPI(핵심성과지표) 등 구체적인 재무 목표도 발표됐다. 수강생 필립 소터는 “내 아이디어는 빌딩 건축 과정을 증강현실(AR) 기술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메타버스를 구현하는 것”이라며 “한국에서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를 얻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메타버스 아이템을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민 교수는 “전체 수강생 중 80% 이상이 외국 학생들”이라며 “글로벌 학생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전파해 K팝뿐만 아니라 K창업도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