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만 해도 밭 갈아엎었는데…양파 도매가 1주일 새 65% 급등

입력 2022-06-03 17:15
수정 2022-06-13 17:01
양파 도매가격이 바닥을 찍고 급등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가격 폭락에 밭을 갈아엎는 양파 농가가 속출했던 것과 비교하면 몇 달 사이에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30년 만의 최악 가뭄으로 생산량이 감소함에 따라 양파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월 대비 세 배 가까이 급등3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가격 예측 시스템 테란에 따르면 전날 양파 도매가격은 ㎏당 994원으로 전주 대비 65.2% 상승했다. 양파 도매가격은 지난 3월 평년의 3분의 1 수준인 342원으로 추락했지만, 3개월 새 세 배 가까이 급등했다.

양파값이 급등세로 전환한 데엔 최악의 가뭄과 때 이른 더위 영향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양파는 15~20도 사이에서 가장 잘 자란다. 비교적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내한성 작물이기 때문에 생육기에 25도 이상 고온이 지속되면 구가 충분히 자라지 못한다.


특히 5월은 양파의 구가 본격적으로 크는 ‘구비대기’로 물을 충분하게 공급해줘야 한다. 토양이 건조한 경우 토양 속 양분을 뿌리가 흡수하지 못해 구가 커지는 데 애를 먹는다.

문제는 올해 5월 평균 강수량이 평년의 6.1% 수준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1993년 이후 29년 만의 최소치다. 일교차도 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최악의 가뭄이 양파밭을 덮치면서 A급 상품 물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올초 있었던 조생종 양파의 산지 폐기 사태도 공급에 영향을 끼쳤다. 양파는 수확 시기에 따라 크게 조생종과 중만생종으로 구분된다. 조생종은 3월 하순부터 5월 상순까지, 중만생종은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수확한다.

중만생종은 조생종보다 단단해 오래 저장할 수 있다. 수확한 중만생종은 저장해 이듬해 3월까지 유통하고 3~5월 사이에만 조생종이 풀리는 구조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조생종 양파 생산량은 전년 대비 6.8% 줄었다. 중만생종 양파 생산량도 작년보다 11%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양파 가격 폭락을 겪은 농가들이 양파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했기 때문이다. ○중국 산지도 양파 가격 올라양파 공급이 줄어들면서 조생종 양파 가격이 오르자 중만생종 양파의 시장 출하도 늦어지고 있다. 그 결과 조생종 양파 도매가격은 5월 한 달간 46% 급등했다. 중만생종 양파는 보통 6월 초부터 시장에 나오기 시작하는데 가격을 확인한 농민들이 출하 시기를 늦추는 분위기다. 6월 중순 출하되는 중만생종 양파 가격도 작년보다 18% 올랐다.

양파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대형마트 채소 담당 바이어는 “중국 산지에서 양파 가격이 올라 수입량마저 줄어들고 있다”며 “6월 이후에도 양파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소매가격은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양파 소매가격은 ㎏당 1894원으로 한 달 전보다 3%가량 올랐다. 하지만 평년(1900원)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