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의 인도·태평양 야심은 무리수

입력 2022-06-03 17:31
수정 2022-06-04 00:11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최근 조지 워싱턴대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정책을 주제로 연설했다. 전 세계 정상들과 외교부의 이목이 쏠렸다. 블링컨은 1945년 이후 미국과 동맹국들이 세계 평화를 유지하고 안녕을 증진시키는 질서를 구축해 왔다고 했다.

블링컨 장관의 연설에 따르면 중국만큼 이 세계 질서의 수혜를 본 국가는 없다. 미국이 용인한 무역 시스템을 기반으로 중국이 힘을 키우고 오늘날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 질서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보다는 도전하는 쪽을 택했다. 블링컨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현 세계 질서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블링컨의 연설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옹호하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는 미국과 소수의 동맹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을 견제하고자 동맹을 구축하고 강화하려는 미국의 계획에 대해서는 “실패할 것”이라고 했다. 亞서 패권전쟁 벌이는 美·中왕이 중국 외교장관은 최근 솔로몬 제도 등 남태평양 섬나라 8개국을 방문했다. 이들 국가와 안보·경제 등 협정을 체결하는 게 목적이었다. 왕 장관이 마지막으로 방문한 동티모르의 조제 라모스 오르타 대통령은 최근 런던타임스에 중국의 외교가 작은 섬나라들에 왜 그렇게 매력적인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섬나라들은 심각한 경제·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지만 서방 국가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 인권에 대해 가르치려고만 든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를 위한 매력적인 무역 패키지를 개발하지 못했다. 미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현 CPTPP) 복귀에 대해서도, 관세 인하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태평양 국가들은 이에 개탄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미국이 이 지역에서 동맹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의 낙관론은 잘못된 것이다. 시대도 역사도 아시아에서 중국의 대의를 지지하지 않는다.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 지역을 건설하려는 미국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세기 동안 미국은 경제적, 전략적 이유로 아시아 또는 유럽의 그 어떤 단일 세력도 인도·태평양 지역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외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야망, 냉전 기간 소련의 팽창주의, 그리고 오늘날 그 지역을 지배하려는 중국의 야심 등이다. 美-인도·태평양, 이해관계 일치이런 노력은 자연스럽게 패권국의 야망에 의해 위협받는 다른 국가들의 지지를 얻었다. 인도, 호주, 일본 등은 중국의 패권에 대해 우려한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동맹국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궁극적으로 인도·태평양이 어느 한 국가에 의해 지배되기에는 너무 크고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인도 인구는 약 14억 명,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3억 명, 일본 한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필리핀의 인구를 합하면 총 6억 명이다. 이 23억 명은 중국이 그들의 운명을 통제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중국은 만만치 않은 경쟁국이고, 미국의 무역 어젠다 부재는 이 지역에서의 외교력을 훼손하고 있지만 블링컨 장관의 낙관론은 여전히 옳다. 미국과 인도·태평양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점은 미국 외교의 비밀 무기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Blinken’s Indo-Pacific Blueprint’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