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산 선고일 시세로 '코인' 계산"…가이드라인 나왔다

입력 2022-06-03 16:45
수정 2022-06-03 16:50


암호화폐를 보유한 법인·개인이 파산할 때 파산선고일 기준 전후 1개월의 평균가로 암호화폐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법원의 가이드라인이 처음 제시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가상자산연구반은 파산 시 암호화폐의 가치 평가 기준 등이 포함된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서울회생법원 가상자산연구반은 “현실에서도 자산으로 활용가능해지면서 도산사건에도 명확한 처리 절차를 확립할 필요성이 생겼다”고 가이드라인 작성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입수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법원은 법인이 가상화폐 등을 보유한 경우, 이를 자산으로 평가해 회생·파산 선고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법인 파산 선고시 가상거래소의 시세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은 가상화폐 등의 경우는 대학, 가상화폐 협회, 전문가 단체 등 이해관계가 없는 전문가들의 시가감정촉탁을 받아 가치를 평가 받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반면 개인파산 시에는 가상화폐가 파산 원인에 영향을 미쳤는지, 개인이 해당 자산에 대한 면책 신청을 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산을 평가할 예정이다. 기존 자산을 변제재원으로 투입해야 하는 개인·법인 회생의 경우는, 회생 신청 혹은 개시 결정시에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의 자산을 평가해 변제 제원으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가상화폐의 가격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각 기준일 전후 1개월 동안의 평균가액으로 가치를 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상 가상화폐를 평가하는 방법을 참고한 것이다.

이런 방식에 대해 가상화폐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상속과 다르게 가상화폐의 변동성 때문에 회생이나 파산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기준일 전후 1개월 평균가로 가치를 계산할 시 당사자에게 불리한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한 경우 예외 기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파산 시 채무 청산에 필요한 환가 방법에는 제3자인 관재인이 가상화폐를 매각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가상자산거래소가 파산을 할 경우에는, 거래소가 가지고 있는 가상화폐를 곧바로 채권자에게 배당하는 방법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가상자산연구반은 “특정 코인을 대량 매각해야 될 경우, 시장가가 너무 떨어지지 않게 단계 매각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도 내세웠다.

이번 가이드라인에 대해 임 변호사는 “거래소가 아닌 지갑 내 자산, 해외거래소의 자산 등에 대한 처분 방법에 대한 연구는 다소 미흡하다”며 “가상자산의 하나로 평가받는 NFT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만 서울회생법원 가상자산연구반은 “도산 사건 담당 판사들과 업무 담당자의 의견교류 목적으로 만들어진 참고자료일 뿐, 공식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