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03일 16: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 청담글로벌이 성공적으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공모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했지만, 시장 눈높이에 맞춰 몸값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유통 가능 주식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품절주 전략’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청담글로벌 주가는 3일 시초가(6500원) 대비 1140원(17.54%) 오른 주당 764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6000원)와 비교하면 약 27% 높은 수준이다. 장중 한때 공모가 대비 40% 높은 8400원까지 상승했다.
앞서 청담글로벌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모두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과정에서 시장 눈높이에 맞춰 기업가치를 낮추고 공모구조를 투자자 우호적으로 바꾼 게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청담글로벌은 5월 진행한 기관 수요예측에서 경쟁률 25대 1로 흥행에 실패하자 공모 금액을 절반 가까이 줄였다. 공모가를 희망 범위 하단보다 30% 낮게 책정하고 공모 주식 수를 20% 줄였다.
기존 주요 주주를 중심으로 자율적 보호예수를 설정하면서 상장 직후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가능성도 낮아졌다. 최석주 청담글로벌 대표는 원래 약 53만주를 구주 매출할 계획이었지만 수요예측 이후 이를 취소했다. 2대 주주인 쉬메이싱(XU MEIXING)은 보유 지분 11.3% 전량에 1년간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이에 전체 주식 수의 41.35%(879만1212주)에 달했던 상장 이후 유통 가능 주식 물량은 24.93%(512만2875주)로 줄었다.
이는 앞서 두 번째 도전 끝에 상장에 성공한 대명에너지와 유사한 전략이다. 대명에너지는 올해 2월 수요예측 실패 이후 지난 4월 다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공모가를 40% 낮추고 구주매출 규모를 3분의 1 이상 줄였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희망 범위 최하단인 1만5000원에 결정됐지만 지난 5월 16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후 대명에너지 주가는 우상향 흐름을 보였다. 3일 대명에너지 주가는 공모가를 약 28% 웃도는 1만9150원에 장을 마쳤다
두 회사 모두 오너일가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어서 상장을 위해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청담글로벌의 최대 주주는 최석주 대표로 지분 39.4%를 보유하고 있다. 대명에너지는 지분 서종현 대표가 41.47%를, 동생인 서종만씨가 32.65%를 각각 들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경우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들의 의견을 일치시키는 게 쉽지 않은 작업”이라며 “하지만 중소·중견 기업의 경우 오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데다 재무적 투자자들 역시 지금 상장을 해둬야 향후 투자금 회수를 위한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는 데 동의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청담글로벌이 가시적인 영업실적을 거두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도 투자자의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다.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미래 추정 실적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매기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처라는 인식이 생겼다는 관측이다.
청담글로벌은 글로벌 뷰티 브랜드사의 제품을 중국 등 해외 전자상거래 플랫폼사 및 유통 전문기업에 판매하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 1443억원, 영업이익 97억원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7.4%, 영업이익은 165.2% 증가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