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밥상 물가가 치솟는 가운데 아프리카돼지열병(ASF)과 가뭄까지 이어지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비상’이 걸렸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겹악재’에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틀에 한번 꼴로 현장을 찾으며 대책을 내놓고 있다.
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정 장관은 이날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충남 아산시에 있는 아산양수장을 찾아 농업용수 공급 현황을 점검하고 인근 양파재배 농가를 방문해 가뭄 대응 및 농번기 인력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2일 기준 올해 누적 강수량이 160.7㎜로 평년 강수량의 50.5%에 불과할 정도로 심화되자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이다.
이번 방문은 정 장관 취임 후 5번째 현장 행보다. 지난달 11일 취임한 정 정관은 같은 달 23일 인천에 있는 대한제분, 사조대림 공장을 찾아 밀가루와 식용유 수급상황을 점검했다. 이어 25일에는 경기도 안성의 축산시설 도드람엘피씨공사를, 30일에는 서울에 있는 농협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3번 연속 식품 유통·생산 현장을 찾았다.
그리고 지난달 31일 경기도 이천에 있는 ASF 거점소독시설을 방문해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ASF의 대규모 확산은 돼지 공급을 감소시켜 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가뭄 역시 지속될 경우 곡물·채소류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5번의 현장 행보 모두 ‘물가 안정’에 방점이 찍혀 있는 셈이다.
정 장관은 식품 유통·생산 현장에서 “식량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며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졌다.
물가 상승의 잠재적 리스크(위험)인 ASF와 가뭄 현장에선 “(이들을 막기 위해)총력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3일 현장에선 "국제 곡물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부담이 큰 상황에서 최근 가뭄이 농산물 물가 상승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사전에 수급 계획을 마련해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대외적 요인에 의해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대내 정책 실패로 가속화되는 상황은 막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 같은 정 장관의 행보는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밥상 물가에 대한 갑갑함이 담겨 있다는 것이 정부 안팎의 평가다. 정부가 최근 식용유, 돼지고기 등 식품원료 7개 품목에 대한 할당관세(0%) 추가 적용, 밀가루 가격·비료 매입비 지원, 농산물 의제매입 세액공제 확대 등 생산비 부담을 줄이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 ‘민생 안정 대책’을 내놨지만, 세계 식량 가격 자체가 오르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세를 막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세계 식량 가격 지수는 158.5로 작년 말(133.7)보다 18.5% 상승했다. 2020년 기준 한국의 곡물자급률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 수준이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전체 식량 수요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책만으로 물가를 잡는 것은 불가능한 게 사실”이라며 “최대한 빨리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이슈가 안정화되고 공급망이 재건되는 것 외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