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구진, '반도체 기능저하 막는 기술' 세계최초 개발

입력 2022-06-02 11:44
수정 2022-06-02 11:45

크기는 작고 성능은 더 뛰어난 차세대 고집적(高集積)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원천기술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신현석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 핵심 소재 기술을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미래기술연구실, 리더연구, 기초연구실사업 등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신현석 교수팀은 육방정계 질화붕소(hexagonal boron nitride, hBN) 단결정(單結晶·single crystal)을 여러 층으로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육방정계 질화붕소는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전하 트랩, 전하 산란 등의 기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2차원 절연체 소재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술이 발전하면서 칩의 집적도는 수십년간 빠른 속도로 계속 증가해왔다. 최근 손톱만 한 반도체칩 안에는 수십억 개의 미세소자(트랜지스터)가 들어있다. 집적도와 성능을 높이려면 미세소자를 더 작고 얇게 만들어야 하는데, 미세소자 재료인 실리콘을 나노공정으로 계속 얇게 깎다 보면 단채널 효과(누설전류 및 발열 문제로 인한 트랜지스터 채널 손상)나 전하 산란 등의 문제점이 발생한다.


차세대 고집적 반도체는 실리콘을 2차원 반도체 소재인 이황화몰리브덴(MoS2) 등으로 바꿔 전류누설, 발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칩의 집적도를 높이는 기술이지만 기능 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2차원 절연체 소재 기술 개발이 난제였다. 이번에 신 교수팀이 개발한 절연체 소재가 이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성과에 대해 신 교수는 "'무어의 법칙'으로 대표되는 기존 고집적 반도체의 물리적 한계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재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육방정계 질화붕소를 반도체뿐만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 차세대 이차전지 전극소재, 양자 광원 등으로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보고되고 있는 만큼 소재생산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적극적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