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흐름성 자산에 투자…목돈 관리 대안으로 뜨는 타깃인컴펀드

입력 2022-06-02 15:11
수정 2022-06-02 15:12

목돈 투자는 매달 일정한 돈을 넣는 적립식 투자와는 다르다. 적립식 투자의 경우 최초 투자 후 자산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매월 꾸준하게 투자하기만 한다면 빠르게 수익률을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 평균적인 매입가격이 계속 낮아지기 때문에 향후 투자 대상 자산 가격이 상승했을 때 보다 빠르게 손실을 회복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목돈 투자는 투자 후 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이 회복되기 전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최초 자산 매입 이후 추가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돈 투자를 할 때는 투자 자산의 기대수익률 못지않게 안정성도 중요하게 살펴봐야 한다. ○TIF의 특징 목돈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만한 것 중 하나가 타깃인컴펀드(TIF)다. TIF는 ‘Target Income Fund’의 준말이다. 한국말로 직역하면 ‘목표 소득 펀드’라고 할 수 있다.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국 내 TIF 순자산 규모는 8000억원이 넘는다.

TIF의 가장 큰 특징은 이자, 배당, 임대료 등의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라는 점이다. 이런 현금흐름을 인컴(Income)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펀드의 이름이 ‘Target Income Fund’가 됐다. 대표적인 투자 대상으로는 채권, 배당주, 부동산 등이 있다.

TIF가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하도록 설계된 이유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는 자산의 경우 해당 자산을 매입한 뒤 가격이 하락하면 오랜 기간 손실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한다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현금흐름으로 자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아도 손실 회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어떤 자산의 현재 가격이 1000원이고, 매년 1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가정하자. 투자자가 이 자산에 투자한 뒤 운이 없게도 자산 가격이 30% 하락해 700원이 됐다. 이 투자자는 원금 회복을 위해 몇 년을 기다려야 할까. 만약 이 자산에서 현금흐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투자자는 자산 가격이 다시 오르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자산은 매년 100원의 배당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단순하게 계산해도 3년 정도면 원금이 회복된다.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자산에 투자한 후 자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투자자는 유입되는 현금으로 다시 해당 자산을 더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다. 일종의 적립식 투자와 비슷하게 매입 평균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향후 자산 가격이 반등할 때 빠른 속도로 수익률을 회복할 수 있다.

TIF의 두 번째 특징은 부동산, 인프라 시설 등 실물자산에도 투자한다는 것이다. TIF의 주된 투자 대상 중에는 리츠(REITs), 부동산 펀드, 인프라 펀드가 있다. 리츠(REITs)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 등에 투자·운영하고 그 수익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부동산 투자회사다. 부동산 펀드는 리츠처럼 부동산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라는 사실은 동일하지만, 법적으로 투자회사가 아니라 펀드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프라 펀드는 고속도로, 공항, 철도 등 사회 인프라 시설에 투자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리츠와 부동산 펀드, 인프라 펀드의 투자 대상인 부동산과 인프라 시설은 주기적으로 임대료 수입이 발생하는데, 이는 TIF의 현금흐름에 안정성을 더해 준다.

최근처럼 물가가 많이 오르는 시기에는 실물 자산의 수익률이 주식과 채권보다 양호한 경우가 많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주요 리츠들로 구성된 ‘KRX 리츠 TOP 10지수’는 올초부터 4월 말까지 10.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와 KRX 채권지수는 각각 9.5%, 4.3% 내렸다.

TIF의 세 번째 특징은 글로벌 자산배분형 펀드라는 점이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할 뿐 아니라 국가 간 자산 배분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특정 자산, 특정 지역에만 투자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회피한다. ○TIF 장기 투자, 예금보다 나을까?TIF는 이런 특징들 때문에 오랜 기간 목돈을 관리하려는 사람들에게 활용도가 높다. 그렇다면 과연 TIF에 장기 투자할 경우 어느 정도의 성과를 얻을 수 있을까.

한 60세 은퇴자가 있다고 가정하자. 지금까지 모아뒀던 돈을 연금으로 수령하려고 생각 중이다. 해당 자금을 예금에 넣어두고 인출하는 것과 TIF에 투자한 상태에서 찾아 쓰는 것 중 어떤 것이 나을지 고민하고 있다. 해당 은퇴자의 예상 사망 연령은 86세, 국민연금 수령 나이는 63세, 필요생활비는 월 300만원, 국민연금 수령액은 첫 해에 월 150만원이라고 치자. 물가상승률은 연 1.5%, 예금 금리는 연 3%로 가정할 때 이 사람은 어디에 돈을 넣어두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TIF와 금리 3%의 예금에 각각 돈을 넣어두고 인출할 때의 은퇴파산율을 비교해 봤다. 은퇴파산율은 사망 시점 이전에 노후자금이 먼저 떨어질 확률을 의미한다. 확률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모아놓은 노후자금이 2억5000만~3억원이라면 예금이든 TIF든 은퇴 파산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이상의 노후자금을 모았다면 그때부터 결과가 달라진다. 노후자금이 4억5000만원인 경우 예금은 여전히 은퇴 파산을 할 가능성이 높지만, TIF는 그 확률이 9%로 낮아진다.

위의 가정은 특정 TIF(미래에셋 평생소득 TIF)의 과거 수익률과 변동성을 바탕으로 1000회의 시뮬레이션을 한 결과다. 물론 이 결과가 100% 맞다고 할 수는 없다. 예금 금리가 3% 이상으로 오를 수도 있고, TIF 수익률이 앞으로 안 좋아질 수도 있다. 하지만 TIF가 목돈 관리에 유효한 수단임을 파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윤치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