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여명 몰려 대기줄 100m…"제주도서 새벽 비행기 타고 왔어요"

입력 2022-06-02 17:40
수정 2022-06-03 09:08

“새벽 6시 반부터 학생 40명과 함께 제주공항에 모여 비행기를 타고 왔습니다. 제주도 같은 지방에서는 이런 대규모 채용 박람회가 없다보니, 학생들이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먼 길을 올라왔어요.”(제주중앙고 교사 엄대석 씨)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고졸 인재 채용엑스포’에는 행사 시작 2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려들었다. 행사 첫날 참석자만 2만여 명에 달해 오전 9시에는 입장 대기줄이 100m 이상 길게 늘어섰다. 교복 차림의 ‘고졸 인재’들과 인솔 교사, 제대 후 취업을 위해 방문한 군복 차림의 현역 군인들로 행사장 입구가 금세 가득 찼다. “현장 채용 위해 자소서 써왔어요”오전 8시부터 입장을 기다렸다는 최서연 양(18·서울관광고 3학년)은 “은행 취업 현장상담을 받기 위해 행사 시작 두 시간 전부터 와 있다”며 “자기소개서도 열심히 써 왔는데, 상담관에게 보여줄 생각을 하니 긴장된다”고 했다.

이지민 양(18·경복비즈니스고 3학년)은 “요즘은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잘 안되는데, 기업에선 어떤 역량을 갖춘 고졸자를 선발하는지 알고 싶다”며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상세히 파악해 금융권 텔러로 취업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학생들은 저마다 계획하는 진로에 맞춰 기업 부스를 찾았다. 박승아 양(18·평촌경영고 3학년)은 “호텔리어 등 서비스직으로 일하고 싶은데 해비치호텔, 제주신화월드 등 관련 기업 부스가 마침 차려져 상담을 받을 것”이라며 “스타벅스 부스에서도 채용 상담을 받았는데, 바리스타 자격증이 없어도 내부 교육 프로그램만 충실히 이수하면 채용될 수 있다고 해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군(19·한국항만물류고 3학년)은 “기계공학을 공부 중인데 앞으로 전자부품을 개발하고 싶다”며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 대기업을 둘러볼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2년간의 ‘채용 가뭄’ 이후 열린 대면 행사에 교사들도 기대를 나타냈다. 경일관광경영고 교사 지형준 씨(58)는 “코로나 때 채용하는 기업이 없다보니 취업이 워낙 힘들고, 아이들도 꿈을 이어가기 어려웠다”며 “올해 이렇게 다시 대면 행사가 치러지고 채용 사정도 나아질 기미가 보여 다행”이라고 했다.

영락의료과학고 교사 정혜일 씨(45)는 “학생들이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만 수업과 실습을 해왔는데 이번 엑스포에선 기업 채용 시스템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왔다”며 “바로 현장 채용이 안 되더라도 면접과 채용 과정을 실제로 익히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대 앞둔 군인들도 ‘북적’지방에서도 참석자가 몰렸다. 명인고 펫카페경영과 학생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경북 성주군에서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학생들은 “학교를 홍보하기 위해 특성화고특별관 부스에 참여했는데, 강아지가 있으면 우리 학교만의 펫카페경영과를 더 잘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데려왔다”고 했다.

군복 차림의 군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행사에는 500명 넘는 현역군인이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참석했다. 전역 후 국가에서 취업을 지원해주는 취업맞춤특기병 복무자들이다. 경기 파주 1군수 지원여단 소속의 육군 기대한 씨(28)는 “제대 전에 취업 정보를 얻기 위해 왔다”며 “요식업에서 일하고 싶은데, 더테이스터블 더레스토랑컴퍼니 등 요식업 기업도 많이 참여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육군, 해군, 공군 등 특정직 공무원 상담관에는 남고생뿐 아니라 여고생들도 몰렸다.


최예린/이소현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