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지사 당선인은 6·1 지방선거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접전 끝에 대역전극을 펼치며 단숨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김은혜 전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는 석패했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며 정치인으로서 체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강행한 서울시장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동연 당선인은 민주당이 전국적으로 고전한 가운데 최대 격전지 경기도에서 승리한 만큼 정치적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압승 속에 경기도를 사수했다는 점에서 당의 체면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견제론의 불씨를 함께 살렸기 때문이다. 정권 초 민주당의 정당 지지도가 여당에 10%포인트 이상 뒤지는 불리한 지형에서 ‘인물론’만으로 이뤄낸 승리라 더 돋보인다.
김 당선인은 지난 대선에서 ‘제3의 길’을 선언하며 자신이 창당한 새로운물결 후보로 출마했지만,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과의 단일화로 중도 사퇴했다. 이후 현실 정치의 벽에 부딪혀 지난 4월 민주당과 합당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당선인이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발판을 다졌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다만 그는 지방선거 전날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당권에 도전할 생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민주당 전당대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은혜 전 의원은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 당선인에게 석패했지만 최초의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이 될 뻔했던 만큼 체급이 올라갔다는 평가다. 특히 당내 경선에서 거물급인 유승민 전 의원을 꺾어 주목받았다.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변인을 맡았던 김 전 의원이 향후 부처 장관이나 대통령실 요직에 기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야권 거물급 정치인인 송영길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20%포인트에 가까운 차이로 패배한 데다 구청장 선거에서도 눈에 띌 만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해 정치적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서울지역 의원들과 구청장 후보들의 반대에도 출마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에선 ‘586 용퇴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송 전 의원은 대선 과정에서 2024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고배를 마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